1. 바이오매스 에너지란 무엇인가?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 속에서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또한 끊임없이 제기된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정의와 탄소 순환에서의 독특한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바이오매스의 정의: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유기물
바이오매스(Biomass)는 식물, 동물, 미생물 등 살아있거나 최근까지 생존했던 모든 생물 유기체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나무, 곡물, 해조류부터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다. 이 모든 유기물의 근원적인 에너지는 태양에서 비롯된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산화탄소(
CO2)와 물(H2O)을 이용해 탄수화물과 같은 화학에너지 형태로 전환하여 저장한다. 이 유기물을 직접 태우거나(연소) 다양한 기술을 통해 가공하여(변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열, 전기, 연료 형태의 에너지를 얻는데, 이것이 바로 바이오매스 에너지, 즉 바이오에너지(Bioenergy)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 세계 총에너지 공급의 6% 이상을 담당한다. 이는 널리 알려진 풍력과 태양광 PV(광전지)가 공급하는 전력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4배나 높은 기여도로, 바이오에너지가 이미 우리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탄소 순환과 바이오매스의 중요성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이해하는 핵심은 지구의 탄소 순환(Carbon Cycle) 메커니즘에 있다. 지구의 탄소는 암석권, 해양, 대기, 생물권 사이를 끊임없이 이동하며 순환하는데, 이 과정은 시간 척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탄소가 암석과 퇴적물에 저장되고 방출되는 데 수백만 년 이상이 걸리는 ‘느린 순환(slow cycle)’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 해양, 식생, 토양 사이에서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단위로 탄소가 교환되는 ‘빠른 순환(fast cycle)’이다.
화석연료는 수억 년 전의 생물 유기체가 땅속 깊이 묻혀 느린 순환계에 격리되어 있던 ‘지질학적 탄소(geological carbon)’이다. 우리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울 때, 이 격리되었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빠른 순환계의 탄소 총량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이것이 바로 현대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다.
반면, 바이오매스는 빠른 순환계 내에서 움직이는 ‘생물 유래 탄소(biogenic carbon)’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식물은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 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사용할 때 탄소는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이론적으로, 바이오매스가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수확된 만큼 다시 심어진다면, 이 과정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닫힌 고리(closed loop)’를 형성할 수 있다. 화석연료가 외부에서 탄소를 끌어와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과 달리, 바이오매스는 시스템 내부의 탄소를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환경적 이점과 ‘탄소 중립성’ 논쟁
이러한 탄소 순환의 특성 때문에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그러나 바이오매스를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에너지원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격렬한 논쟁이 뒤따른다.
문제의 핵심은 ‘시간’의 불일치에 있다. 바이오매스를 연소시키는 시점에서는 단위 에너지당 석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이라는 주장은 이 배출된 탄소가 미래에 숲이 다시 자라면서 모두 재흡수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 재흡수 과정, 즉 ‘탄소 회수 기간(carbon payback period)’은 원료의 종류와 산림 관리 방식에 따라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까지 걸릴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실질적으로 증가한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를 ‘탄소 부채(carbon debt)’라고 부른다.
즉각적인 탄소 감축이 시급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시간적 격차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백 년 된 원시림을 베어 에너지로 사용하고 그 자리에 묘목을 심는다면, 배출된 탄소를 모두 회수하기까지는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기는 추가적인 온난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제재소에서 버려지는 톱밥이나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질 농업 잔재물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경우는 추가적인 탄소 부채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바이오매스의 ‘탄소 중립성’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는 어떤 시간 척도(단기적 기후 목표 vs. 장기적 탄소 균형)를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바이오매스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매우 조건부적인 개념이다. 이 복잡성과 조건부성이 바이오매스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2. 바이오매스의 원재료: 어디에서 오는가?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바이오매스’라는 단일한 용어 뒤에는 매우 다양한 출처와 특성을 가진 유기 물질들이 존재한다. 이 원재료들은 크게 임업, 농업, 그리고 폐기물에서 얻을 수 있다.
주요 원재료의 분류: 임업, 농업, 폐기물
바이오매스 원료는 그 출처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주요 범주로 나눌 수 있다.
- 임업 바이오매스 (Forestry Biomass): 산림 자원에서 유래하는 바이오매스로,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목재 수확 후 숲에 남겨지는 가지, 꼭대기, 불량목 등의 임목 부산물과, 제재소에서 목재를 가공할 때 발생하는 톱밥, 나무껍질, 대팻밥 등의 산업 폐기물이 포함된다.
- 농업 바이오매스 (Agricultural Biomass): 농업 활동의 결과물로 얻어지는 바이오매스이다. 옥수수 수확 후 남는 줄기와 잎(옥수수대), 볏짚, 왕겨, 사탕수수 찌꺼기(바가스)와 같은 농업 잔재물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통적인 식량 작물과 경쟁하지 않는 비경작지나 한계 농지에서 에너지 생산만을 목적으로 재배하는 스위치그래스(switchgrass), 미스칸투스(miscanthus), 버드나무(willow)와 같은 ‘에너지 작물(dedicated energy crops)’도 중요한 원료로 부상하고 있다.
- 폐기물계 바이오매스 (Waste-based Biomass): 인간의 생활 및 산업 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이다. 여기에는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하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 축산업의 가축 분뇨, 그리고 생활 쓰레기 중 유기물에 해당하는 도시 고형 폐기물(Municipal Solid Waste, MSW)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원재료별 특성과 에너지 잠재력
각각의 바이오매스 원료는 고유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가지며, 이는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과 효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요 특성으로는 수분 함량, 회분(ash) 함량, 그리고 발열량이 있다.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연소 후 재가 적게 남아(낮은 회분 함량) 고품질의 고체 연료(예: 우드펠릿)를 만드는 데 이상적이다. 반면, 볏짚이나 옥수수대 같은 초본계 바이오매스는 칼륨(K), 염소(Cl)와 같은 무기물 함량이 높아 연소 시 보일러 내부에 재가 눌어붙는 클링커(clinker)나 부식(fouling)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은 수분 함량이 80-90%에 달해 직접 태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신, 이러한 고함수율 바이오매스는 미생물을 이용한 혐기성 소화(anaerobic digestion)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표 1: 바이오매스 원료의 종류 및 특성
이러한 원료의 발전 과정은 바이오매스 산업이 직면한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역사를 반영한다. 초기 바이오연료 산업은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 식량 작물을 원료로 하는 ‘1세대’ 기술에 의존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식량 대 연료(food vs. fuel)’ 논쟁을 촉발하며, 식량 가격 급등과 토지 이용 경쟁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2세대’ 바이오매스이다. 2세대 기술은 식량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비식용 자원, 즉 농업 및 임업 잔재물, 유기성 폐기물 등을 원료로 활용한다. 이는 버려지는 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폐기물 관리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달성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육상 경작지가 전혀 필요 없는 미세조류(microalgae)를 활용하는 ‘3세대’ , 그리고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최적화하여 연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4세대’ 기술로 연구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매스 원료의 진화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을 넘어, 폐기물 관리, 토지 이용 효율화, 식량 안보 등 복합적인 사회·환경적 가치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바이오매스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종류
바이오매스는 다양한 변환 기술을 통해 고체, 액체, 기체 형태의 에너지로 재탄생한다. 각각의 에너지 형태는 고유한 특성과 용도를 가지며,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고체 바이오연료: 우드펠릿과 칩
고체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매스를 물리적으로 가공하여 사용 편의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우드펠릿(Wood pellets)과 우드칩(Wood chips)이다.
- 우드펠릿: 톱밥, 대팻밥 등 목재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고온 고압으로 압축하여 만든 작은 원통형 연료이다. 이 과정에서 원료의 수분 함량은 10% 이하로 낮아지고, 부피 밀도는 600 kg/m³ 이상으로 높아진다. 덕분에 장기 보관과 대량 운송이 용이하며, 규격화된 품질로 자동 공급 장치에 사용할 수 있어 가정용 난방 보일러부터 대규모 발전소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 우드칩: 원목이나 임목 부산물을 단순히 파쇄하여 작은 조각 형태로 만든 것이다. 펠릿에 비해 가공 공정이 단순하여 생산 비용이 저렴하지만, 부피가 크고 수분 함량 및 크기가 불균일하여 주로 중대형 산업용 보일러의 연료로 사용된다.
액체 바이오연료: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액체 바이오연료는 주로 수송용 연료로 사용되며,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와 호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액체 바이오연료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다.
- 바이오에탄올 (Bioethanol): 사탕수수, 옥수수, 고구마 등 당분이나 녹말을 다량 함유한 작물을 원료로 한다. 이들 작물에서 추출한 당분을 효모 등의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켜 알코올을 생산한다. 생산된 바이오에탄올은 주로 휘발유와 혼합하여 사용되거나, 플렉스 연료 차량(FFV)에서는 100% 연료로도 사용 가능하다.
- 바이오디젤 (Biodiesel): 대두유, 유채유, 팜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한다. 이들 유지(油脂)를 알코올(주로 메탄올)과 촉매 하에 반응시키는 ‘에스테르 교환 반응(Transesterification)’을 통해 생산된다. 바이오디젤은 화학적 성상이 일반 경유와 매우 유사하여 기존 디젤 엔진에 별다른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체 바이오연료: 바이오가스와 합성가스
기체 바이오연료는 발전, 난방, 도시가스 공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높은 유연성을 자랑한다. 주요 기체 연료로는 바이오가스와 합성가스가 있다.
- 바이오가스 (Biogas):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와 같은 고농도 유기성 폐기물을 산소가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미생물이 분해(혐기성 소화)할 때 생성되는 가스이다. 주성분은 메탄(
CH4, 50-75%)과 이산화탄소(CO2)로,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과 동일하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치면 재생가능 천연가스(RNG, Renewable Natural Gas)로 만들어져 도시가스 배관망에 주입하거나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 합성가스 (Syngas): 목질계 바이오매스나 도시 고형 폐기물 등을 제한된 산소 조건에서 고온으로 가열(가스화)하여 얻는 혼합 가스이다. 주성분은 수소(
H2)와 일산화탄소(CO)이며, 이 자체로도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촉매 반응을 통해 메탄올이나 액체 합성연료(Fischer-Tropsch 공정)를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되거나, 고순도 수소를 분리하여 수소 경제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4. 바이오매스의 에너지 변환 기술
바이오매스에 저장된 화학에너지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환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들은 크게 열을 이용하는 ‘열화학적 변환’, 미생물의 힘을 빌리는 ‘생화학적 변환’, 그리고 특정 화학 반응이나 물리적 가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열화학적 변환: 연소, 가스화, 열분해
열화학적 변환은 고온의 열을 가해 바이오매스의 복잡한 유기물 구조를 분해하고 변형시키는 기술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종류의 건조 바이오매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직접 연소 (Combustion): 인류가 불을 사용한 이래 가장 오래되고 직관적인 에너지 변환 방식이다. 바이오매스를 충분한 산소와 함께 태워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직접 전환한다. 이 열은 난방에 사용되거나,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된다. 기술이 단순하고 성숙했지만, 에너지 변환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가 중요하다.
- 가스화 (Gasification): 산소 공급을 의도적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700°C 이상의 고온으로 바이오매스를 가열하는 기술이다. 불완전 연소 반응을 통해 바이오매스는 수소(
H2)와 일산화탄소(CO)가 주성분인 ‘합성가스(Syngas)’로 전환된다. 석탄 가스화 기술에 기반을 둔 이 기술은 단순 연소보다 활용도가 훨씬 높다. 생산된 합성가스는 가스터빈을 돌려 고효율 발전을 하거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메탄올, 수소, 합성 액체연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 열분해 (Pyrolysis): 산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바이오매스를 400-600°C의 온도로 가열하여 열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는 세 가지 주요 생성물이 나온다: 액체 상태의 ‘바이오오일(Bio-oil)’, 고체 탄소 덩어리인 ‘바이오차(Biochar)’, 그리고 소량의 비응축성 가스(합성가스)이다. 특히 바이오오일은 석유와 유사한 특성을 가져 정제 과정을 거치면 수송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바이오차는 토양 개량제나 탄소 저장 매체로 활용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생화학적 변환: 혐기성 소화와 발효
생화학적 변환은 미생물이나 효소의 대사 작용을 이용해 상온·상압에 가까운 온화한 조건에서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기술이다. 주로 수분 함량이 높은 유기성 폐기물 처리에 효과적이다.
- 혐기성 소화 (Anaerobic Digestion): 산소가 없는 밀폐된 소화조(Digester) 안에서 다양한 혐기성 박테리아 군집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복잡한 유기 고분자가 작은 단위로 쪼개지는
가수분해(Hydrolysis), 이 작은 분자들이 유기산으로 변하는 산형성(Acidogenesis), 유기산이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는 아세트산형성(Acetogenesis), 그리고 최종적으로 메탄 생성균이 아세트산과 수소를 이용해 메탄(CH4)을 만드는 **메탄형성(Methanogenesis)**의 4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 발효 (Fermentation): 효모와 같은 특정 미생물이 당분을 섭취하여 알코올(주로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대사 과정이다. 사탕수수나 옥수수처럼 당분이나 녹말이 풍부한 1세대 바이오매스는 비교적 간단한 전처리 후 바로 발효 공정에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나무나 볏짚과 같은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단단한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 구조를 깨고 이를 발효 가능한 단당류로 전환하는
전처리(Pretreatment) 및 **당화(Saccharification)**라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추가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화학적 및 물리적 변환: 에스테르 교환과 펠릿화
- 에스테르 교환 (Transesterification):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핵심적인 화학 반응이다.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의 주성분인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분자에 촉매(주로 수산화나트륨(NaOH) 또는 수산화칼륨(KOH))와 알코올(주로 메탄올)을 첨가하면, 글리세롤(Glycerol) 분자가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알코올 분자가 결합한다. 이 결과로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Fatty Acid Methyl Ester, FAME), 즉 바이오디젤이 생성된다.
- 펠릿화 (Pelletization): 톱밥이나 농업 잔재물 같은 바이오매스를 건조, 분쇄한 후, 펠릿 압축기(Pellet mill)를 이용해 고압으로 작은 구멍(die)을 통과시켜 압축 성형하는 물리적 가공 기술이다. 이때 발생하는 높은 압력과 마찰열로 인해 목재의 리그닌(Lignin) 성분이 녹아 나와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함으로써 펠릿이 단단한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부피가 줄고 밀도가 높아져 연료로서의 취급성과 연소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표 2: 바이오매스 에너지 변환 기술 비교
5. 세계의 바이오매스 활용 사례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이론적 개념을 넘어 전 세계 각지에서 그 지역의 자원 특성과 정책 방향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다. 브라질의 국가적 에탄올 프로그램부터 유럽의 가정 난방, 그리고 한국의 폐기물 자원화에 이르기까지, 성공과 도전의 사례들은 바이오매스의 다면적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브라질의 성공 신화: 사탕수수 바이오에탄올 프로그램
브라질은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으로 끌어올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 석유 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1975년 시작된 ‘프로알코올(Proálcool)’ 국가 프로그램을 통해, 브라질은 자국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바이오에탄올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2023년 기준, 브라질의 총 에탄올 생산량은 329.5억 리터에 달하며, 전체 사탕수수 생산량의 약 절반이 에탄올 생산에 투입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브라질 성공의 핵심 동력은 기술 개발과 함께 휘발유와 에탄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연료 차량(Flex-fuel vehicles, FFV)’의 보급을 강력하게 추진한 정부 정책이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유가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연료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에탄올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사탕수수 재배 면적의 급격한 확대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즉, 사탕수수 농장이 기존의 목초지를 대체하면, 그 목초지가 새로운 삼림을 개간하여 이동하는 ‘간접 토지이용 변화(Indirect Land Use Change, ILUC)’가 발생하여 막대한 탄소 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기존의 저품질 목초지를 사탕수수밭으로 전환하면서 토양의 탄소 저장량이 늘어나 순 탄소 제거 효과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연구 결과도 제시되는 등, 그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의 난방 혁명: 독일의 우드펠릿 시장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바이오매스가 대규모 발전보다는 분산형 난방 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우드펠릿 시장으로, 화석연료(주로 난방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하는 친환경 난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023년 독일의 우드펠릿 시장 규모는 약 6억 9천만 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에는 15억 7천만 달러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시장의 85% 이상이 가정 및 상업용 난방 부문에서 소비될 정도로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강력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 높은 환경 인식, 그리고 기존에 잘 구축된 지역난방(District Heating) 인프라가 있다. 독일의 사례는 바이오매스가 중앙집중식 대규모 발전뿐만 아니라, 각 가정과 지역사회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도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생물이 전기를 만들다: 미생물 연료전지 기술
가장 혁신적인 바이오매스 활용 분야 중 하나로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 MFC) 기술이 있다. MFC는 특수한 미생물(전기활성 박테리아)의 대사 작용을 이용해 폐수와 같은 유기물에 포함된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이다. 즉,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내놓는 전자를 전극으로 포집하여 전류를 생성하는 원리다.
이 기술의 가장 큰 매력은 폐수 처리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그리고 매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전력 생산 밀도가 최대 3.31 W/m²에 이르고, 폐수 내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제거 효율이 93.7%에 달하는 등 그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미래의 분산형 폐수 처리 및 에너지 생산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현주소: 음식물 쓰레기 바이오가스화와 수입 펠릿 논란
한국의 바이오매스 활용 현황은 ‘자원 순환’이라는 밝은 면과 ‘에너지 수입’이라는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이는 국내 자원 활용의 모범 사례와 글로벌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충돌하는 정책적 딜레마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긍정적인 측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가스화 산업이다. 2023년 기준, 전국 112개의 바이오가스화 시설에서 연간 3억 8,300만 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스는 시설 자체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56.1%),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22.3%), 정제 후 도시가스로 공급되는(4.5%)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공적인 자원 순환 모델이자, 바이오매스의 이상적인 활용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는 하수 슬러지, 가축 분뇨 등 2종 이상의 폐자원을 함께 처리하여 효율을 높이는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면, 발전 부문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한국은 영국, 덴마크에 이어 세계 3위의 우드펠릿 수입국으로, 발전용 바이오매스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수입 우드펠릿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섞어 태우는 혼소(co-firing) 방식이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으면서, 막대한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태양광과 같은 다른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동남아시아나 캐나다의 산림 파괴에 일조하며, 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결국 2020년, 태양광 사업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바이오매스 보조금 정책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에 따라, 정부는 2024년 말 수입 바이오매스에 대한 REC 가중치를 대폭 축소하는 정책 개선안을 발표하며 뒤늦게나마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처럼 한국의 사례는 동일한 ‘바이오매스 에너지’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그 원료의 출처와 활용 방식에 따라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도,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6.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빛과 그림자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그 환경적 영향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매스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빛과 그림자를 모두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긍정적 영향: 폐기물 감소와 에너지 안보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가장 명백하고 중요한 긍정적 효과는 폐기물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매립지로 향할 운명이었던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임농업 부산물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매립지의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매립지 건설에 따르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유기성 폐기물이 매립지에서 썩을 때 발생하는 메탄(
CH4)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인데, 이를 포집하여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은 기후 변화 완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자원을 에너지화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불어 바이오매스 원료의 수집, 가공, 운송 및 에너지화 과정은 농산어촌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잠재적 도전 과제: 대기오염, 토지 이용, 생물다양성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하지만 결코 ‘무공해’ 에너지는 아니다. 특히 직접 연소 방식의 경우,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은 인간의 호흡기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특정 조건 하에서는 바이오매스 연소가 석탄 연소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할 수 있으며, 가정용 난로나 소규모 연소 시설에서는 배출가스 제어 장치가 미흡하여 오염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토지 이용 문제 또한 바이오매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과제이다. 에너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기 위해 기존의 농경지나 산림을 전환할 경우, ‘식량 대 연료’ 경쟁을 심화시키고 식량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자연림을 벌채하여 에너지 작물 농장으로 바꾸는 것은 탄소 흡수원을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심지어 벌목 후 숲에 남겨진 잔가지나 고사목조차도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하고 수많은 미생물과 곤충, 작은 동물들에게 중요한 서식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를 과도하게 수거할 경우, 장기적으로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심층 분석: 영국 드락스 발전소 사례로 본 지속가능성 논쟁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복잡한 환경적 딜레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영국 최대의 발전소인 드락스(Drax) 발전소이다. 드락스는 본래 영국 최대의 석탄화력발전소였으나, 2010년대에 들어 6개의 발전 유닛 중 4개를 수입 우드펠릿을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전환했다. 드락스는 이 전환을 통해 발전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9% 이상 감축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영국 정부로부터 매년 수억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녹색’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다수의 과학자들은 드락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들의 비판은 다음과 같은 핵심 쟁점에 집중된다.
- 실질적 탄소 배출: 드락스는 연간 수백만 톤의 우드펠릿을 태우며, 연소 시점에서는 동급의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로 인해 드락스는 영국 내 단일 배출원으로는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설이 되었다. 드락스의 ‘탄소 감축’ 주장은 배출된 탄소가 미래에 숲의 재성장을 통해 흡수될 것이라는 회계적 가정에 기반한 것일 뿐, 실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 지속 불가능한 원료 조달: 다수의 언론 보도와 환경단체의 조사를 통해 드락스가 사용하는 우드펠릿의 상당량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원시림(Primary forests)과 고대림(Old-growth forests)을 벌목하여 생산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탄소 저장량이 높은 이들 숲을 파괴하는 것은 바이오매스의 지속가능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 비판론자들은 드락스가 ‘탄소 중립’이라는 회계적 허점을 이용하여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보조금)을 취하는 ‘그린워싱’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한다.
드락스 사례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정책이 단순히 연소 시점의 배출량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원료의 조달부터 운송, 가공, 연소에 이르는 전 과정(Life Cycle Assessment)에 걸친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평가하고 관리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결국, 최근 영국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일부 수용하여 2027년부터 드락스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고 원료의 지속가능성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7.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미래 전망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전통적인 연소 방식을 넘어, 첨단 생명공학과 화학공학 기술과 융합하며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의 바이오매스 산업은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심지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바이오연료: 해조류와 합성생물학의 시대
1세대(식량 작물)와 2세대(비식용 바이오매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바이오연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3세대 바이오연료 (해조류 기반): 미세조류(Microalgae)는 3세대 바이오연료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미세조류는 기존의 육상 식물보다 성장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단위 면적당 오일 생산량이 옥수수나 콩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높다. 무엇보다 농경지가 아닌 비경작지, 사막, 심지어 오염된 폐수에서도 배양할 수 있어 토지 및 수자원 경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 4세대 바이오연료 (합성생물학 기반): 4세대 바이오연료는 유전공학 기술, 특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와 같은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미생물을 ‘살아있는 공장(living factory)’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인위적으로 설계하고 최적화하여, 기존에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던 고성능 연료(예: 바이오부탄올, 바이오제트유)를 생산하거나, 바이오연료 생산 효율을 이론적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리파이너리: 폐기물 없는 고부가가치 생산 시스템
미래 바이오매스 산업의 핵심 개념은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이다. 이는 원유를 정제하여 휘발유, 경유, 플라스틱 원료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 정제공장(Oil Refinery)처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여 연료뿐만 아니라 바이오플라스틱, 정밀화학제품, 의약품, 식품 첨가물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합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바이오리파이너리의 핵심 철학은 바이오매스의 모든 구성 성분(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을 남김없이 활용하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하고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남는 부산물인 글리세롤은 폐기물이 아니라 화장품이나 다른 화학제품을 만드는 귀중한 원료로 재활용된다. 바이오에탄올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하여 미세조류 배양에 사용하거나 탄산음료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바이오연료가 종종 화석연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근본적인 경제성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된다. 저가의 대량 생산품인 연료와 함께 고가의 소량 생산품인 특수 화학물질을 함께 생산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전체 공정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BECCS와 탄소 네거티브의 가능성
기후 변화 대응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탄소 중립’을 넘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로 전환되면서,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 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 있다.
BECCS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나 바이오연료 생산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압축한 뒤, 고갈된 유전이나 가스전, 심부 대수층과 같은 깊은 지하 지질 구조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바이오매스의 근원인 식물이 성장 과정에서 이미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하여 땅속에 격리하면, 결과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순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IEA의 ‘2050 넷제로(Net Zero by 2050)’ 시나리오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후 모델에서 BECCS는 21세기 후반의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간주된다. 특히 항공, 해운, 철강, 시멘트 산업과 같이 전기화가 어려운 ‘탈탄소화 난제(hard-to-abate)’ 부문의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고, 과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미래는 단일 ‘연료’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바이오리파이너리)’와 ‘탄소 제거 서비스(BECCS)’를 제공하는 복합적인 지속가능성 솔루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매스 산업이 경제적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고 기후 위기 시대에 진정한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연적인 경로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책 및 연구 개발 방향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잠재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정책과 전략적인 연구 개발이 필수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현대적 바이오에너지의 역할이 현재보다 약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엄격하고 투명한 ‘지속가능성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한다.
정책적으로는 원료의 생산부터 최종 에너지 사용까지 전 과정 평가(LCA)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바이오에너지만이 정책적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식량 안보, 토지 이용 변화, 생물다양성 보존, 수자원 관리 등 사회·환경적 기준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지속가능성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 개발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 집중되어야 한다. 첫째, 농임업 잔재물이나 도시 폐기물과 같은 저급·비균질 바이오매스를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에너지화할 수 있는 첨단 변환 기술(예: 차세대 가스화, 열분해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 둘째, 3세대 및 4세대 바이오연료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여 기존 바이오연료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제품을 통합적으로 생산하는 바이오리파이너리 공정의 효율을 최적화하고, BECCS 기술의 비용을 절감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기술 혁신과 더불어, 그것을 현명하게 관리하고引导할 수 있는 사회적, 정책적 성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전히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바이오매스는 정말 탄소 중립적인가요?
A: 이론적으로는 탄소 중립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조건부적이다. 식물이 성장하며 흡수한 탄소를 연소 시 다시 배출하므로 대기 중 탄소 총량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하지만 나무를 베어 에너지로 사용하고 다시 심을 경우, 배출된 탄소가 완전히 재흡수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는 ‘탄소 부채’가 발생한다. 따라서 원료가 무엇인지(예: 폐기물 vs. 원목), 어떻게 조달되는지에 따라 탄소 중립성은 크게 달라진다.
Q2: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나요?
A: 그렇지 않다. 바이오매스도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PM2.5), 질소산화물(NOx) 등 화석연료와 유사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따라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무공해’ 에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신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고효율의 오염 방지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소규모 시설이나 가정용 난방기구의 경우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Q3: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면 식량 가격이 오르지 않나요?
A: ‘1세대 바이오연료’의 경우 그럴 수 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식량 작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오연료 생산이 증가하면 식량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식량 대 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볏짚, 폐목재, 음식물 쓰레기 등 비식용 자원을 활용하는 ‘2세대’ 기술과 해조류를 이용하는 ‘3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Q4: 한국에서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A: 한국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긍정적으로는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등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이 활발하여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해결하는 자원 순환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발전 부문에서는 해외에서 수입한 우드펠릿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해외 산림 파괴, 탄소 배출,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Q5: 바이오리파이너리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A: 바이오리파이너리는 석유 정제공장처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연료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화학제품, 의약품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합적으로 생산하는 개념이다. 이는 바이오매스의 모든 부분을 남김없이 활용하여 경제성을 높이고 폐기물을 없애는 순환 경제의 핵심 모델이다. 바이오연료만 생산할 때의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화학 산업 전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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