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성, 우주를 재는 등대의 서막
변광성이란 무엇인가?
밤하늘의 별들은 영원불변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별은 끊임없이 그 밝기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시간에 따라 밝기, 즉 광도(Luminosity)가 변하는 별을 **변광성(Variable Star)**이라고 한다. 이러한 밝기 변화는 심장처럼 규칙적인 주기를 가질 수도 있고, 예측 불가능하게 불규칙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변광성은 변광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내인성 변광성(Intrinsic Variable)**으로, 별 자체의 물리적 상태 변화, 즉 팽창과 수축, 폭발과 같은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실제로 별이 방출하는 빛의 양이 변하는 경우다. 둘째는 **외인성 변광성(Extrinsic Variable)**으로, 별 자체의 광도는 일정하지만 동반성에 의해 가려지거나(식 현상), 별의 자전으로 인해 흑점 같은 표면의 특징이 시선 방향에 들어왔다 나감에 따라 겉보기 밝기가 변하는 경우다. 전통적으로 천문학자들은 변광성을 식변광성, 맥동변광성, 폭발변광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유형으로 분류해왔다.
변광성 연구의 천문학적 중요성과 관측의 역사
변광성 연구는 단순히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는 것을 넘어, 항성 물리학과 우주론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라(Mira)와 같은 장주기 변광성은 태양과 같은 별의 미래 진화 단계를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하며, 세페이드 변광성은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측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인 ‘우주 거리 사다리(Cosmic Distance Ladder)’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한국천문연구원(KASI) 역시 외계행성 탐색과 별의 물리적 특성 규명을 위해 변광성 연구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변광성에 대한 인류의 인식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식적으로 최초 발견된 변광성은 1596년 독일의 천문학자 다비드 파브리시우스(David Fabricius)가 발견한 고래자리의 ‘미라(Mira)’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인류는 별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약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카이로 달력’에는 2.867일의 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식변광성 ‘알골(Algol)’의 변광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이 주기를 이용해 길일과 흉일을 점쳤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역사에서도 변광성 관측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나 **문헌비고(文獻備考)**와 같은 고문헌에는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별을 의미하는 **’객성(客星)’**에 대한 기록이 다수 존재한다. 이는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신성이나 초신성에 해당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1592년에 미라의 변광 현상을 관측하고 기록했다는 사실인데, 이는 파브리시우스의 공식 발견보다 약 4년 앞선 것이다. 이러한 독립적인 관측 기록은 특정 천문 현상의 시점과 특성을 교차 검증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며, 한국의 천문학적 유산이 지닌 세계사적 가치를 보여준다.
변광성의 발견은 ‘하늘은 변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우주관에 균열을 냈으며, 천문학이 신화적 해석에서 물리적 탐구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1912년, 미국 하버드 천문대의 천문학자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가 세페이드 변광성에서 ‘주기-광도 관계’를 발견한 것이다. 이 발견은 이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 외부의 독립된 은하임을 증명하고, 나아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이처럼 변광성 관측의 역사는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천문학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빛의 변주곡: 변광성의 주요 종류
변광성은 그 원인과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분류된다. 각 유형은 별의 특정 진화 단계나 물리적 환경을 반영하는 독특한 ‘지문’과 같다. 주요 변광성 유형의 핵심 특징은 아래 표와 같다.
표 1: 주요 변광성 유형 비교 요약
가려짐의 미학: 식변광성
**식변광성(Eclipsing Variable)**은 밝기 변화가 별 자체의 물리적 변화가 아닌, 기하학적 배치 때문에 발생하는 외인성 변광성이다. 두 개 이상의 별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 공전하는 쌍성계에서, 공전 궤도면이 관측자의 시선 방향과 거의 나란할 때 한 별이 다른 별을 주기적으로 가리면서 전체 밝기가 감소하는 현상이다. 페르세우스자리의 ‘알골’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고대부터 ‘악마의 별’로 불리며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식변광성의 밝기 변화를 시간에 따라 그린 그래프인 **광도곡선(Light Curve)**은 두 종류의 극소점을 보인다. 밝기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 지점을 주극소(Primary Minimum),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는 지점을 **부극소(Secondary Minimum)**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표면 온도가 더 높은 별(주성)을 온도가 낮은 별(반성)이 가릴 때, 더 많은 빛이 차단되므로 주극소가 나타난다. 반대로 온도가 낮은 별을 높은 별이 가릴 때는 부극소가 나타난다.
이 광도곡선의 형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별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극소점의 깊이는 두 별의 표면 온도 비율을, 극소의 지속 시간은 별들의 반지름과 공전 속도의 관계를 알려준다. 또한, 극소점 사이의 곡선 형태를 통해 별들이 서로의 중력으로 인해 럭비공처럼 찌그러졌는지(타원체 효과)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식변광성은 별의 질량, 반지름, 온도, 밀도 등 단독성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운 기본적인 물리량을 알아낼 수 있는 귀중한 ‘천체물리학 실험실’ 역할을 한다.
한편, 별이 아닌 외계행성이 중심별 앞을 지날 때도 미세한 밝기 감소가 나타나는데, 이를 행성 통과(Planetary Transit) 현상이라 한다. 이는 식변광성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과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바로 이 방법을 이용해 수많은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별의 고동: 맥동변광성
**맥동변광성(Pulsating Variable)**은 별 자체가 심장처럼 주기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하는 내인성 변광성이다. 별이 수축하면 내부 압력과 온도가 상승하여 핵융합 반응이 활발해지고 더 밝아지며, 팽창하면 그 반대가 되어 어두워진다.
이러한 맥동은 별 내부의 특정 층이 방사선을 가뒀다가 방출하는 ‘열 엔진’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이 메커니즘을 **카파 메커니즘(kappa mechanism)**이라 부른다. 별 내부의 헬륨 이온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별이 중력으로 수축하면 헬륨 이온층의 밀도와 온도가 높아진다.
- 이때 헬륨 원자는 전자를 두 개 잃은 상태(He++)가 되는데, 이 상태의 헬륨은 빛에 대해 매우 불투명하다(불투명도, 즉 ‘카파(κ)’ 값이 높다).
- 이 불투명한 층은 별 중심부에서 올라오는 에너지를 댐처럼 가두게 되고, 갇힌 에너지로 인해 압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 증가한 압력은 중력을 이기고 별의 외부층을 바깥으로 밀어내며, 별은 팽창한다.
- 팽창하면서 헬륨 이온층은 냉각되고, 다시 전자를 얻어 투명한 상태(He+)로 돌아간다(카파 값이 낮아진다).
- 에너지 댐이 사라지면서 갇혀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고, 내부 압력이 감소하면 별은 다시 중력에 의해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별의 주기적인 맥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맥동변광성은 별이 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특정 진화 단계에서 중력과 내부 압력, 그리고 헬륨의 원자적 특성이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자가 조절 진동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맥동변광성의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세페이드 변광성 (Cepheid Variable):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거성 또는 초거성으로, 1일에서 50일 사이의 매우 규칙적인 주기를 갖는다. 이들은 매우 밝아서 외부 은하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며, 뒤에서 설명할 ‘주기-광도 관계’ 때문에 우주 거리 측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케페우스자리 델타(δ Cephei)가 원형이며, 현재 북극성인 폴라리스도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 (RR Lyrae Variable): 세페이드 변광성보다 질량이 작고 나이가 많은 별들로, 주로 구상성단이나 우리 은하 헤일로에서 발견된다. 주기는 1일 미만으로 짧고 밝기는 세페이드보다 어둡지만, 이들 역시 일정한 주기-광도 관계를 보여 우리 은하 내의 거리를 재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 장주기 변광성 (Long-Period Variable): 미라(Mira)가 대표적인 유형으로, 수백 일에 달하는 긴 주기를 가진 적색거성 및 초거성이다. 이들은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태양과 같은 별들이 겪게 될 미래를 보여주는 창과 같다.
우주적 대폭발: 폭발변광성
폭발변광성(Explosive Variable) 또는 격변변광성(Cataclysmic Variable)은 별 표면이나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핵 반응으로 인해 갑작스럽고 극적인 광도 증가를 보이는 별이다. 대부분 백색왜성이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공급받는 근접 쌍성계에서 발생한다.
- 신성 (Nova): ‘새로운 별’이라는 뜻으로, 맨눈에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밝게 빛나는 현상이다. 이는 동반성에서 백색왜성 표면으로 흘러들어온 수소가 충분히 쌓여 임계 온도와 압력에 도달하면, 표면에서 순간적으로 폭주하는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폭발은 별의 표면층만 날려 보내기 때문에 중심의 백색왜성은 파괴되지 않고, 물질이 다시 쌓이면 수십 년에서 수천 년 주기로 폭발이 반복될 수 있다(반복신성).
- 초신성 (Supernova): 신성보다 훨씬 더 강력한 폭발로, 별 자체가 완전히 파괴되는 격변적인 현상이다. 초신성은 한순간에 은하 전체의 밝기와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신성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 Ia형 초신성 (Type Ia Supernova): 신성과 마찬가지로 백색왜성이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공급받아 발생한다. 하지만 이 경우, 백색왜성의 총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 불리는 약 태양 질량의 1.4배에 도달하는 것이 기폭 장치다. 이 한계를 넘어서면 백색왜성 중심부에서 탄소 핵융합이 폭주하며 별 전체가 산산조각 난다. 신성이 별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국소적 폭발이라면, Ia형 초신성은 별의 ‘중심’에서 시작되는 전면적 붕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 II형 초신성 (Type II Supernova):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중심핵의 핵연료를 모두 소진했을 때 발생한다.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중심핵은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급격히 붕괴하며,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파가 별의 외부층을 날려버린다.
물질을 내뿜는 별: 분출변광성
**분출변광성(Eruptive Variable)**은 별 표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활동이나 주변 물질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불규칙하거나 준규칙적인 밝기 변화를 보이는 별이다. 폭발변광성처럼 열핵 반응에 의한 폭발이 아니라, 물질의 분출이나 강착이 주된 원인이다.
분출변광성은 별의 일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 즉 탄생과 죽음에 임박한 단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 전주계열성 (Pre-main-sequence star): 아직 중심부에서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을 시작하지 못한 아주 젊은 별들이다. **황소자리 T형 별(T Tauri star)**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원시성 원반에서 물질을 끌어들이거나(강착), 강력한 항성풍과 제트를 통해 물질을 뿜어내는 과정에서 불규칙한 밝기 변화를 보인다. 이는 별이 안정된 주계열성으로 진화하기 전 겪는 혼란스러운 성장통과 같다.
- 거성과 초거성 (Giants and Supergiants): 진화 막바지에 이른 무거운 별들도 분출변광성의 특성을 보인다. **밝은 청색 변광성(Luminous Blue Variable, LBV)**은 태양보다 수십만 배 이상 밝은 매우 불안정한 별로, 수년에 걸쳐 자신의 외부 대기를 대규모로 방출하며 극적인 밝기 변화를 겪는다.
자전이 만드는 변화: 자전변광성
**자전변광성(Rotational Variable)**은 별 자체의 광도는 일정하지만, 자전으로 인해 겉보기 밝기가 변하는 외인성 변광성이다.
- 흑점형 (Starspots): 태양의 흑점처럼 별 표면에 온도가 주변보다 낮은 거대한 흑점이 존재할 경우, 별이 자전함에 따라 이 흑점이 시선 방향으로 들어오면 전체 밝기가 미세하게 감소한다. 이 밝기 변화 주기는 별의 자전 주기와 일치한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별의 자전 속도를 추정할 수는 있지만, 흑점에 의한 광도곡선 변화는 별의 ‘자전 주기’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태양 이외의 별에서도 자기 활동 주기나 차등 자전(위도에 따라 자전 속도가 다른 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
- 비구형 (Non-spherical): 근접 쌍성계의 별들은 상대방의 강한 기조력에 의해 타원체 모양으로 찌그러질 수 있다. 이런 별이 자전하면 우리가 보는 별의 단면적이 계속 변하므로, 밝기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주기적으로 변한다.
- 자기장형 (Magnetic fields): **사냥개자리 알파²형 변광성(Alpha² Canum Venaticorum variable)**처럼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별들은 표면에 특정 화학 원소(규소, 크롬 등)가 불균일하게 분포한다. 별이 자전하면서 이 화학적 조성의 패치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감에 따라 밝기와 스펙트럼이 주기적으로 변한다.
예측 불가능한 빛: 불규칙 변광성
**불규칙 변광성(Irregular Variable)**은 이름 그대로 뚜렷한 주기를 찾을 수 없는 밝기 변화를 보이는 별이다. 이러한 변화는 불규칙한 맥동이나 분출 현상 때문에 발생하며, 주로 별의 진화 후반기에 있는 거성이나 초거성에서 관측된다.
겨울철 밤하늘의 대표적인 별인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Betelgeuse)**가 유명한 준규칙 변광성(semi-regular variable)이다. 베텔게우스와 같은 적색초거성은 표면 중력이 매우 낮고 크기가 거대하여, 별 내부의 대류 활동이 극도로 격렬하게 일어난다. 태양이 수백만 개의 작은 대류 세포(쌀알무늬)를 가진 것과 달리, 베텔게우스는 별 전체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소수의 대류 세포를 가질 수 있다. 이 거대한 ‘끓는 거품’들이 표면으로 올라왔다 가라앉으면서 별 전체의 밝기를 불규칙하게 변화시킨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베텔게우스가 급격히 어두워졌던 ‘대감광(Great Dimming)’ 현상도 이러한 거대 대류 세포 활동과 함께 분출된 먼지 구름이 별빛을 가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주의 자를 손에 쥐다: 변광성의 특성과 거리 측정
주기-광도 관계: 우주 거리 측정의 열쇠
1912년,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는 마젤란 은하에 있는 수백 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연구하던 중 천문학의 역사를 바꿀 위대한 발견을 했다. 그녀는 변광 주기가 긴 세페이드일수록 더 밝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를 **주기-광도 관계(Period-Luminosity Relation)**라고 한다.
리비트의 통찰력은 마젤란 은하의 별들이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모두 거의 같은 거리에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이 가정하에서는 별의 겉보기 밝기 차이가 곧 실제 밝기(절대 광도)의 차이를 의미한다. 그녀의 발견은 별의 맥동 주기라는,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물리량으로부터 별의 고유한 밝기를 알아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를 들어, 주기가 3일인 세페이드 변광성은 태양 밝기의 약 800배, 주기가 30일인 세페이드는 약 10,000배의 광도를 갖는다.
이 관계는 항성 물리학을 우주론과 연결하는 결정적인 다리 역할을 한다. 별의 내부 구조와 진동 메커니즘이 외부에서 관측 가능한 주기와 광도로 발현되고, 이것이 다시 우주 전체의 크기를 재는 ‘자’가 되기 때문이다. 주기-광도 관계가 없었다면, 우주 팽창과 가속 팽창 같은 현대 우주론의 근간을 이루는 발견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표준 촛불 원리: 변광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법
천문학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다. 이때 절대 광도, 즉 고유한 밝기를 이미 알고 있는 천체를 **표준 촛불(Standard Candle)**이라고 부른다. 촛불의 밝기를 알고 있다면, 그 촛불이 얼마나 희미하게 보이느냐에 따라 거리를 추정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감소(역제곱 법칙)하기 때문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주기-광도 관계 덕분에 완벽한 표준 촛불이 된다. 거리를 측정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먼 외부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고, 그 밝기가 변하는 **주기(P)**를 측정한다.
- 주기-광도 관계를 이용해 이 별의 절대 등급(M), 즉 고유 밝기를 계산한다.
- 망원경으로 관측한 별의 **겉보기 등급(m)**을 측정한다.
-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의 차이(거리 지수, m−M)를 이용해 **거리(d)**를 계산한다. 이 관계는 다음의 거리 지수 공식으로 표현된다.
m−M=5log10(d)−5
여기서 거리는 파섹(pc) 단위다. 이 공식을 통해 우리는 수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까지의 거리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세페이드 변광성 외에도 Ia형 초신성은 훨씬 더 밝아 수십억 광년 거리에서도 관측이 가능해 우주론 연구에 핵심적인 표준 촛불로 사용된다. 최근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은 훨씬 더 먼 거리의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 AGN)**을 새로운 표준 촛불 후보로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별에 이름을 붙이는 법: 변광성 명명법
아르겔란더 명명법의 규칙
새로운 변광성이 발견되면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 바이어 명명법에 따라 그리스 문자(알파, 베타 등)가 이미 부여된 별이 아니라면, 19세기 독일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아르겔란더(Friedrich Argelander)가 고안한 명명법을 따른다.
아르겔란더 명명법은 변광성이 속한 별자리의 라틴어 소유격 앞에 특정 순서에 따른 로마자 알파벳을 붙이는 방식이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 알파벳 R부터 시작하여 Z까지 순서대로 사용한다. (예: 안드로메다자리 R)
- Z까지 모두 사용하면, RR부터 RZ까지, 그다음 SS부터 SZ까지, 이런 식으로 ZZ까지 두 글자의 조합을 사용한다. (알파벳 J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 ZZ까지 사용하면, AA부터 AZ, BB부터 BZ 순으로 QZ까지 조합을 확장한다.
- 이 334개의 조합을 모두 소진하면, 그다음부터는 V335, V336과 같이 숫자 번호를 붙인다. (V는 ‘Variable’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래자리(Cetus)에서 발견된 특정 변광성은 ‘YZ Ceti’와 같이 명명된다.
밤하늘의 주요 변광성 목록
밤하늘에는 맨눈이나 작은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유명한 변광성들이 많이 있다.
- 미라 (Mira, 고래자리 오미크론): 최초로 공식 발견된 변광성으로, 약 332일 주기로 밝기가 3등급에서 10등급까지 크게 변하는 장주기 변광성이다.
- 알골 (Algol, 페르세우스자리 베타): 가장 유명한 식변광성으로, 약 2.87일 주기로 밝기가 변한다.
- 세페우스자리 델타 (Delta Cephei): 세페이드 변광성의 원형이 되는 별로, 약 5.4일 주기로 규칙적인 맥동을 보인다.
- 거문고자리 RR (RR Lyrae): 동명의 변광성 유형을 대표하는 별로, 약 13.6시간의 짧은 주기를 갖는다.
- 폴라리스 (Polaris, 작은곰자리 알파): 현재의 북극성으로, 약 4일 주기를 가진 세페이드 변광성이지만 밝기 변화 폭은 매우 작다.
- 베텔게우스 (Betelgeuse, 오리온자리 알파): 초신성 폭발을 앞둔 적색초거성으로, 불규칙한 밝기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 천문학의 최전선: 변광성 연구의 발전
우주망원경 시대의 개막: TESS와 JWST의 최신 성과
지상 망원경의 한계를 넘어 우주 공간에서 별을 관측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변광성 연구는 새로운 혁명을 맞이했다. 특히 NASA의 TESS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는 하늘 전체를 훑으며 주기적으로 별들의 밝기를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주 목표는 행성 통과 현상을 이용한 외계행성 발견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변광성 연구의 보고(寶庫)가 되었다. TESS는 수억 개의 별을 모니터링하여 수만 개에 달하는 새로운 변광성을 발견했다. 202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TESS 초기 관측 데이터만으로 72,000개 이상의 주기 변광성을 찾아냈으며, 이 중 87%가 새롭게 분류된 것이었다.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와 같은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하여 광도곡선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변광성 유형을 분류하고 있다.
**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는 TESS와는 다른 방식으로 변광성 연구에 기여한다. TESS가 넓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탐색가’라면, JWST는 특정 목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조사관’이다. JWST의 강력한 적외선 관측 능력과 뛰어난 해상도는 허블 우주망원경조차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던 먼 은하 속의 세페이드 변광성들을 주변 별들로부터 깨끗하게 분리해낸다.
이는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허블 텐션(Hubble Tens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허블 텐션이란, 세페이드 변광성과 같은 국소적 우주 관측으로 측정한 우주 팽창률(허블 상수)이 빅뱅의 잔해인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 예측한 값과 불일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 불일치가 허블 망원경의 관측 오차, 특히 먼 거리의 별들이 겹쳐 보이는 ‘밀집(crowding)’ 효과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 걸친 JWST의 정밀 관측 결과, 허블의 측정값이 매우 정확했음이 재확인되었다. 이는 허블 텐션이 단순한 측정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 법칙이나 우주의 구성 요소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결과다.
이처럼 TESS의 광역 탐사와 JWST의 정밀 분석은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내며 21세기 천문학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국내 변광성 연구 동향: KMTNet과 이원철 박사의 유산
한국의 변광성 연구는 깊은 역사적 뿌리와 세계적 수준의 현대적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 시작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이학박사인 이원철(李源喆, 1896-1963) 박사가 있다. 그는 1926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독수리자리 에타별(η Aquilae)이 맥동변광성(세페이드 변광성)임을 분광 관측을 통해 정밀하게 입증하여 당시 천문학계에 큰 기여를 했다. 이원철 박사는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의 전신)에 한국 최초의 현대식 굴절망원경을 설치하는 등 한국 현대 천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다.
그의 유산은 오늘날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세계적인 관측 시설인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으로 이어지고 있다. KMTNet은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설치된 3대의 1.6m 광시야 망원경을 연결하여 24시간 연속으로 남반구 하늘을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주 임무는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외계행성 탐색이지만, 동시에 방대한 양의 변광 천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KMTNet은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천문연 연구팀은 KMTNet을 이용해 우리 은하 헤일로(halo) 영역에서 관측 역사상 가장 멀리 떨어진 **왜소신성(Dwarf Nova)**을 발견했다. 헤일로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둡고 멀어 연구가 어려웠는데, 이 발견은 헤일로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2022년에는 장주기 왜소신성이 단주기 왜소신성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잃어버린 고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쌍성 진화 이론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이처럼 이원철 박사의 개인적 연구에서 시작된 한국의 천문학은 이제 KMTNet과 같은 국제적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천문학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미래를 향한 과제: 변광성 연구의 다음 단계
변광성 연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 허블 텐션의 해결: JWST의 관측으로 측정 오차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허블 텐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이론적, 관측적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 빅데이터 천문학: TESS와 앞으로 가동될 베라 C. 루빈 천문대(Vera C. Rubin Observatory) 등에서 쏟아져 나올 페타바이트(PB) 규모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분석하기 위한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 성진학(Asteroseismology): 수많은 맥동변광성의 미세한 진동을 분석하여 별의 내부 구조, 나이, 화학 조성을 알아내는 성진학 연구는 항성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 희귀 천체 탐사: 킬로노바(Kilonova, 중성자별 충돌 시 발생하는 현상)나 빠른 청색 광학 순간광원(FBOT)과 같은 극단적이고 희귀한 변광 현상을 포착하여 중력파 천문학과 연계한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변광성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
역사 속 발견과 인물들: 헨리에타 리비트 이야기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1868-1921)의 이야기는 과학적 발견의 위대함과 함께, 그 이면에 가려진 한 인간의 헌신을 보여준다. 그녀는 하버드 천문대에서 남성 천문학자들이 촬영한 사진 건판을 분석하는 ‘계산수(computer)’로 일했다. 당시 여성에게는 망원경을 직접 조작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고, 이들의 노동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각한 청력 손실이라는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리비트는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몰두했다. 그녀는 마젤란 은하의 사진 건판에서 수천 개의 변광성을 찾아내고 그 주기와 밝기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별의 주기와 광도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 ‘주기-광도 관계’는 우주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신뢰할 만한 방법을 제공했으며, 에드윈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 그녀의 업적은 사후에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노벨상은 사후에 수여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리비트의 이야기는 과학적 진보가 위대한 천재 한 사람의 번뜩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이 묵묵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한 수많은 이들의 헌신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객성’
서양 과학이 도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한반도의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의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역사서에 등장하는 ‘객성(客星)’, 즉 ‘손님별’에 대한 기록은 매우 흥미롭다. 객성은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곳에 갑자기 나타나 한동안 밝게 빛나다가 사라지는 천체를 의미하며, 오늘날의 신성, 초신성, 혹은 혜성에 해당한다.
조선의 관상감 천문학자들은 객성의 출현 날짜, 위치, 밝기, 색깔, 그리고 소멸 시점까지 매우 체계적으로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현대 천문학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역사 기록에 나타난 초신성 폭발 위치는 초신성 잔해를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되며, 폭발 시점과 밝기 변화에 대한 묘사는 초신성의 유형을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앞서 언급했듯, 1592년 미라 변광성에 대한 관측 기록은 서양보다 앞선 독자적인 발견으로, 당시 조선의 천문학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대 과학 연구에 기여하는 살아있는 데이터인 셈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우리 태양도 변광성인가요? A: 네, 아주 미세한 수준의 변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약 11년 주기의 흑점 활동과 자전으로 인해 밝기가 약 0.1% 정도 변합니다. 하지만 이 변화 폭이 매우 작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요 변광성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Q2: 아마추어도 변광성을 관측할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알골이나 미라 같은 많은 변광성은 쌍안경이나 소형 아마추어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밝기 변화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변광성 관측자 협회(AAVSO)와 같은 단체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을 위해 관측 방법과 성도를 제공하며, 이들의 관측 데이터는 실제 과학 연구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Q3: 신성과 초신성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별의 운명입니다. 신성은 백색왜성 ‘표면’에서 일어나는 수소 폭발로, 별 자체는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 반복적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초신성은 별 ‘전체’가 파괴되는 대폭발로, 별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에너지 규모 면에서도 초신성이 신성보다 수만 배에서 수백만 배 더 강력합니다.
Q4: ‘허블 텐션’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허블 텐션은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 우주론 모델(ΛCDM)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불일치가 측정 오류가 아니라 실제 현상이라면, 이는 우주의 팽창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형태의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 혹은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입자나 물리 법칙이 존재함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인슈타인 이후 우주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