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화의 종류와 원리: 물질의 숨겨진 변신을 탐구하다
목차
- 상변화란? 물질의 기본 변신
- 융해와 응고: 고체와 액체의 경계
- 기화와 액화: 액체와 기체의 역동적 변화
- 승화와 증착: 액체를 건너뛴 직접적인 변화
- 상변화와 에너지: 숨겨진 열, 잠열의 비밀
- 상변화 이론과 메커니즘: 깁스 자유에너지와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
- 상변화의 실용적 적용: 미래를 바꾸는 에너지 효율 기술
1. 상변화란? 물질의 기본 변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물질들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물이 얼음이 되고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물질의 화학적 특성은 변하지 않으면서 물리적 형태만 변화하는 현상을 '상변화(Phase Change)' 또는 '상전이(Phase Transition)'라고 한다. 이는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와 같은 특정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상변화는 단순히 물질의 외형이 바뀌는 것을 넘어, 물질 내부의 분자 배열과 분자 간 상호작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고체 상태에서는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강한 인력으로 묶여 있지만, 액체가 되면 분자 간 인력이 약해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기체 상태에서는 분자 간 인력이 거의 사라져 분자들이 무질서하게 운동하며 공간을 채운다.
이러한 상변화는 온도, 압력, 자기장 등 외부 조건의 변화에 의해 발생하며, 변화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중요한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얼음이 녹을 때 열을 흡수하고, 물이 얼음이 될 때 열을 방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상에서의 상변화 예시
상변화는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아침 식탁: 잼을 바르기 위해 딱딱한 버터를 상온에 두면 부드럽게 녹는 현상,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모습.
- 여름철: 시원한 음료에 넣은 얼음이 녹아 음료를 차갑게 유지하는 현상,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현상.
- 겨울철: 차가운 창문에 서리가 내리거나 입김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 추운 날 강물이 얼어붙는 현상.
- 공연장: 무대에서 뿌려지는 하얀 연기(드라이아이스의 승화).
이처럼 상변화는 자연현상부터 산업 기술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물질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2. 융해와 응고: 고체와 액체의 경계
물질의 상변화 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이 바로 융해와 응고이다.
2.1. 융해: 고체에서 액체로의 변화
융해(Melting)는 고체 상태의 물질이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액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체는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강한 인력으로 묶여 있지만, 외부에서 열에너지가 가해지면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가 증가한다. 이 에너지가 분자 간의 결합을 끊고 분자 배열을 흐트러뜨릴 만큼 충분해지면, 고체는 녹기 시작하여 액체로 변한다. 이때 온도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이 온도를 '녹는점(Melting Point)' 또는 '융점'이라고 한다. 흡수된 열에너지는 오로지 상태 변화에만 사용되며, 이를 '융해열(Heat of Fusion)'이라고 부른다.
관련 예시: 얼음과 물
가장 대표적인 융해의 예시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과정이다. 0℃의 얼음에 열을 가하면, 얼음의 온도는 0℃를 유지하면서 녹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열은 얼음 분자 간의 수소 결합을 끊는 데 사용되며, 모든 얼음이 물로 변할 때까지 온도는 0℃에 머무른다. 이처럼 물의 융해열은 약 334 kJ/kg으로, 고체 상태의 얼음이 액체 상태의 물로 변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양의 열량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녹거나,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서 버터가 녹는 현상, 불을 붙인 양초에서 촛농이 흘러내리는 것 등이 융해에 해당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금속을 녹여 원하는 형태로 주조하거나, 유리를 가열하여 가공하는 과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융해가 활용된다.
2.2. 응고: 액체에서 고체로의 변화
응고(Freezing)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 열에너지를 방출하며 고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융해의 역과정으로, 액체 상태의 분자들이 에너지를 잃고 운동이 둔화되면서 분자 간 인력이 다시 강해져 규칙적인 배열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물질은 응고점을 지나며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방출되는 열에너지는 '응고열(Heat of Solidification)'이라고 한다. 응고열의 크기는 융해열과 같다.
관련 예시: 얼음과 물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은 응고의 대표적인 예이다. 0℃의 물을 냉각하면, 물은 0℃를 유지하며 얼음으로 얼기 시작한다. 이때 물 분자들이 에너지를 방출하며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그 외에도 추운 날씨에 강물이 얼어붙거나, 흘러내리던 촛농이 굳는 것, 고깃국이 식으면 위에 기름이 굳는 것 등이 응고 현상에 해당한다. 제철소에서 용광로의 쇳물이 식어 단단한 철이 되는 과정 또한 응고의 중요한 산업적 활용 사례이다.
3. 기화와 액화: 액체와 기체의 역동적 변화
액체와 기체 사이의 상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대기 현상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3.1. 기화: 액체에서 기체로의 변화
기화(Vaporization)는 액체 상태의 물질이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기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액체 분자들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한 열에너지를 얻으면 이 인력을 극복하고 자유롭게 흩어져 기체가 된다. 기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 증발(Evaporation): 액체의 표면에서 분자들이 기체로 변하는 현상으로, 끓는점 이하의 온도에서도 일어난다.
- 끓음(Boiling): 액체 내부에서 기포가 형성되며 액체 전체에서 활발하게 기화가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정 온도인 '끓는점(Boiling Point)'에서 발생한다.
기화 과정에서 흡수되는 열을 '기화열(Heat of Vaporization)' 또는 '증발열'이라고 한다. 물의 기화열은 약 2260 kJ/kg으로, 융해열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는 기체 상태에서 분자 간 인력을 거의 완전히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예시: 물과 수증기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현상은 기화의 가장 흔한 예이다. 1기압에서 물이 100℃가 되면, 액체 상태의 물이 수증기로 변하기 시작하며 온도는 100℃로 유지된다.
일상생활에서 기화의 예시는 다양하다.
- 손등에 바른 아세톤: 아세톤이 기화하면서 손등의 열을 빼앗아가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 젖은 옷이 마르는 현상: 옷에 묻은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옷이 마른다.
- 마당에 물 뿌리기: 여름철 마당에 물을 뿌리면 물이 기화하면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여 시원해진다.
- 체온 조절: 땀이 증발하면서 우리 몸의 열을 흡수하여 체온이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처럼 기화는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 데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3.2. 액화: 기체에서 액체로의 변화
액화(Liquefaction)는 기체 상태의 물질이 열에너지를 방출하며 액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기체 분자들이 에너지를 잃고 운동이 둔화되면서 분자 간 인력이 다시 작용하여 액체로 뭉치게 된다. 이때 방출되는 열을 '액화열(Heat of Condensation)' 또는 '응결열'이라고 하며, 그 크기는 기화열과 같다. 액화는 온도를 낮추거나 압력을 높일 때 주로 일어난다.
관련 예시: 물과 수증기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과정은 액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뜨거운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찬 공기와 만나면 미세한 물방울로 변하여 안개처럼 보이거나, 차가운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액화이다.
- 구름과 비: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이 되어 구름을 형성하고, 이들이 뭉쳐 비나 눈이 되어 내리는 것도 액화(응결) 현상이다.
- 수도관 결로: 여름철 차가운 수도관 표면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액화하여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
- 가스 액화: 프로판가스(LPG)나 부탄가스를 높은 압력으로 액화시켜 용기에 담아 사용한다. 이는 기체를 액화시켜 부피를 줄여 저장 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응용 사례이다.
4. 승화와 증착: 액체를 건너뛴 직접적인 변화
물질은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순차적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액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나 고체로 변하기도 한다.
4.1. 승화: 고체에서 기체로의 직접 변화
승화(Sublimation)는 고체 상태의 물질이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고체 표면의 분자들이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분자 간 인력을 극복하고 곧바로 기체로 탈출하는 것이다. 이때 열에너지를 흡수하며, 이를 '승화열(Heat of Sublimation)'이라고 한다.
관련 예시: 드라이아이스
승화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드라이아이스(고체 이산화탄소)이다. 드라이아이스는 1기압에서 섭씨 -78.5℃의 승화점을 가지며, 상온에 두면 액체로 녹지 않고 바로 기체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여 차갑게 느껴지며, 드라이아이스 주변에 하얀 연기처럼 보이는 것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이산화탄소 기체와 만나 응결되어 생긴 작은 물방울들이다.
그 외에도 겨울철 빨래가 얼었다가 마르는 현상 (얼음의 승화), 냉동실에 오래 보관한 얼음의 크기가 줄어드는 현상 등이 승화에 해당한다.
4.2. 증착: 기체에서 고체로의 직접 변화
증착(Deposition)은 기체 상태의 물질이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승화의 역과정으로, 기체 분자들이 에너지를 잃고 운동이 둔화되면서 분자 간 인력이 작용하여 곧바로 규칙적인 고체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이때 열에너지를 방출하며, 이 또한 승화열과 같은 크기의 열이 방출된다.
관련 예시: 서리
증착의 대표적인 예시는 겨울철 차가운 나뭇가지나 창문에 서리가 내리는 현상이다. 대기 중의 수증기(기체)가 0℃ 이하의 차가운 표면에 직접 달라붙어 얼음 결정(고체)으로 변하는 것이다. 냉동실에 있는 음식에 성에가 끼는 현상도 증착의 일종이다.
산업적으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박막(thin film)을 형성하거나, 보석 코팅 등 고순도 고성능 고체 재료를 생산하는 화학 기상 증착(CVD)과 같은 기술에 증착 원리가 활용된다.
5. 상변화와 에너지: 숨겨진 열, 잠열의 비밀
상변화는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과정에서 '잠열(Latent Heat)'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에너지 흡수 또는 방출을 수반한다.
5.1. 잠열과 에너지 흡수/방출
잠열은 물질의 온도가 변하지 않고 상태만 변할 때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온도를 올리거나 내릴 때 느껴지는 열은 '현열(Sensible Heat)'이라고 하는데, 잠열은 이와 달리 '숨은 열'이라고 불린다.
- 에너지 흡수 (흡열 과정): 융해(고체→액체), 기화(액체→기체), 승화(고체→기체)와 같이 분자 간 인력을 끊고 더 자유로운 상태로 변할 때 외부로부터 열에너지를 흡수한다. 이 열은 분자들의 운동 에너지를 증가시키기보다는 분자 간의 결합을 끊는 데 사용되므로, 물질의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 에너지 방출 (발열 과정): 응고(액체→고체), 액화(기체→액체), 증착(기체→고체)과 같이 분자들이 더 규칙적으로 배열되고 분자 간 인력이 강해질 때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이때 방출되는 열은 주변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물의 융해열은 약 334 kJ/kg, 기화열은 약 2260 kJ/kg으로, 물 1kg이 얼음에서 수증기가 될 때 흡수하는 총 잠열은 상당한 양이다. 이러한 잠열의 특성 때문에 물질은 상변화 구간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온도 조절 시스템에 활용된다.
5.2. 에너지 저장 및 온도 조절 시스템에서의 활용
잠열의 개념은 에너지 저장 및 온도 조절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 특히 '상변화물질(Phase Change Material, PCM)'은 잠열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핵심 소재이다.
PCM의 원리: PCM은 특정 온도에서 고체와 액체 사이의 상변화를 반복하며 열을 저장하거나 방출하는 물질이다. PCM은 물보다 5~14배 더 많은 열을 단위 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며, 상변화 과정에서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안정적인 열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활용 분야:
- 건물 냉난방 시스템: PCM을 건물 벽체나 천장에 통합하면 낮에는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방출하여 실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독일의 한 사무실 건물은 PCM 천장 패널을 설치해 냉방 에너지를 28% 절감했으며, 미국의 일부 패시브 하우스는 PCM 벽체를 통해 난방 에너지를 40%까지 줄였다고 보고되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옥타데칸이라는 PCM을 활용하여 건물 외벽의 열 침투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 실내 온도를 2.5℃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 산업 폐열 회수: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PCM에 저장했다가 다른 공정에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태양열 발전 시스템: 태양열 발전소에서 낮에 모은 열을 PCM에 저장했다가 밤이나 흐린 날에 사용하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스페인의 Gemasolar 발전소는 용융염 열저장 시스템을 통해 최대 15시간 동안 태양이 없어도 발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배터리 열 관리: 전기차 배터리의 과열을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열 관리 시스템에 PCM이 적용된다.
- 콜드 체인 운송 및 스마트 의류: 의약품, 식품 등 온도 민감 제품의 운송이나 극한 환경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스마트 의류에도 PCM이 활용된다.
이처럼 상변화와 잠열의 원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관리와 효율 향상을 위한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6. 상변화 이론과 메커니즘: 깁스 자유에너지와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
상변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 열역학적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깁스 자유에너지와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은 이러한 상변화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6.1. 깁스 자유에너지 개념
깁스 자유에너지(Gibbs Free Energy, G)는 일정한 압력과 온도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열역학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유효 일(useful work)의 양을 나타내는 열역학 함수이다. 화학 반응이나 상변화와 같은 물리적 변화의 자발성(spontaneity)과 평형 상태를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깁스 자유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G = H – TS$
여기서 $H$는 엔탈피(Enthalpy), $T$는 절대 온도(Absolute Temperature), $S$는 엔트로피(Entropy)를 나타낸다.
- 상변화와 깁스 자유에너지: 열역학적으로 모든 물리적, 화학적 변화는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또는 일정한 압력과 온도에서 계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즉, 물질은 깁스 자유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하며, 어떤 상이 다른 상으로 변하는 것은 그 상으로의 변화가 깁스 자유에너지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 평형 조건: 두 상이 평형 상태에 있을 때, 두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는 동일하다($\Delta G = 0$). 예를 들어, 0℃에서 얼음과 물이 공존하는 것은 이 온도에서 고체 얼음과 액체 물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같기 때문이다. 온도가 0℃보다 낮아지면 얼음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더 낮아져 얼음이 안정하고, 0℃보다 높아지면 물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더 낮아져 물이 안정하게 된다.
깁스 자유에너지 개념은 상평형 그림(Phase Diagram)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물질의 상변화가 어떤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6.2.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 소개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은 압력-온도(P-T) 상평형 그림에서 두 상을 구분하는 공존 곡선(Coexistence Curve)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열역학 방정식이다. 이 식은 물질의 상전이와 관련된 압력 및 온도 변화 사이의 정량적인 관계를 설명한다. 특히 기체-액체 상변화(증발/응결)에서 증기압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클라페이롱 방정식의 일반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다.
$\frac{dP}{dT} = \frac{L}{T \Delta v}$
여기서 $dP/dT$는 공존 곡선의 기울기, $L$은 상변화의 잠열(예: 기화열), $T$는 절대 온도, $\Delta v$는 상변화 시 부피 변화를 나타낸다.
- 응용: 이 식은 물의 끓는점이 고도가 높아질수록(압력이 낮아질수록) 낮아지는 이유, 압력솥에서 음식이 더 빨리 익는 이유(압력이 높아지면 끓는점 상승), 그리고 기후학에서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대기의 수분 보유 능력이 약 7% 증가한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활용된다.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식은 물질의 상거동을 예측하고 제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화학 공학, 기상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7. 상변화의 실용적 적용: 미래를 바꾸는 에너지 효율 기술
상변화의 원리는 단순한 과학적 현상을 넘어, 현대 사회의 에너지 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변화물질(PCM)의 활용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7.1. 상변화물질(PCM) 활용
앞서 언급했듯이, PCM은 특정 온도에서 상변화를 통해 대량의 열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PCM은 '열 배터리'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 건축 분야: PCM은 건물 내부에 적용되어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낮 동안 태양열을 흡수하여 실내 온도를 낮추고, 밤에는 저장된 열을 방출하여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과학자들은 PCM을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건축물을 짓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에서도 KIST가 PCM 캡슐을 이용한 열 수송 기술을 개발하여 온수관 및 건축물 난방에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KIST의 연구는 같은 온도의 물보다 70배 이상의 열을 저장할 수 있는 PCM 캡슐을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 수송 분야: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 관리 시스템에 PCM이 적용되어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효율을 향상시킨다. 또한, 냉장 트럭이나 컨테이너에 PCM을 사용하여 신선 식품 및 의약품의 저온 유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직물 및 의류 분야: PCM이 적용된 스마트 의류는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여 착용자의 체온을 쾌적하게 유지해 준다.
- 산업 폐열 회수: 제철소, 유리 공장 등 고온 공정이 많은 산업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PCM에 저장하여 재활용함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한 철강 회사는 PCM 기반 폐열 회수 시스템을 도입하여 연간 에너지 비용을 15% 절감한 사례가 있다.
- 태양열 발전 및 전력 피크 부하 관리: 태양열 발전소에서 낮 동안 생산된 잉여 열에너지를 PCM에 저장하여 밤이나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활용함으로써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피크 부하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7.2. 에너지 효율 향상 사례
PCM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향상 사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 및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 건물 에너지 절감: 독일의 한 사무실 건물은 PCM 천장 패널을 설치하여 냉방 에너지를 28% 절감했으며, 미국의 패시브 하우스는 PCM 벽체를 통해 난방 에너지를 40%까지 줄였다.
-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PCM은 재생에너지 활용을 촉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며, 특히 나노 PCM, 형태 안정화 PCM, 바이오 기반 PCM 등 신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국내 연구 동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국내 여러 대학 및 기업에서도 PCM 기반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방안으로 PCM-열저장 시스템의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주택 단지에 PCM-열저장 시스템을 활용한 난방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상변화 물질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일정한 온도 유지 특성을 바탕으로 건축, 산업, 수송, 의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술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과 열전도율 문제, 상분리 현상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들이 있지만, 나노 기술 및 신소재 개발을 통해 그 성능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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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을 향한 프론티어 기업의 여정…마이크로소프트, 국내 산업별 맞춤형 AI 에이전트 도입 사례 공개. 인공지능신문.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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