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밤하늘의 맥박, 우주를 재는 눈금자
세페이드 변광성이란 무엇인가?
밤하늘의 별들은 대부분 영원불변의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별들은 마치 심장이 뛰듯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한다. 이러한 별들을 ‘변광성(variable star)’이라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 star)은 현대 천문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별한 존재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일정한 주기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하는 ‘맥동 변광성(pulsating variable star)’의 한 종류이다.
이들은 주로 태양보다 4배에서 20배가량 무겁고, 광도는 수천 배에서 수만 배에 달하는 거대한 황색 거성 또는 초거성이다. 1784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구드릭(John Goodricke)이 세페우스자리 델타(Delta Cephei) 별의 밝기가 약 5.4일 주기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유형의 별들이 처음 알려졌고, 이후 ‘세페이드’라는 이름은 이 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세페이드 변광성이 천문학에서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 핵심적인 특성 때문이다. 첫째, 이들은 매우 밝아서 우리 은하뿐만 아니라 수천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둘째, 이들의 밝기 변화 주기는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며, 그 주기와 별의 고유한 밝기(절대 광도)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이 특성 덕분에 세페이드 변광성은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신뢰할 수 있는 ‘표준 촛불(standard candle)’로 사용되며, ‘우주의 등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수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고 또 수많은 별들이 변광하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밝기와 시계와 같은 규칙성을 동시에 갖춘 별은 드물다. 바로 이 독보적인 조합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단순한 천문 현상을 넘어, 우주의 크기를 재는 정밀한 눈금자로 만들었다.
헨리에타 리빗의 위대한 발견: 주기-광도 관계의 탄생
세페이드 변광성을 우주 거리 측정의 핵심 도구로 만든 위대한 발견은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천문대에서는 방대한 양의 사진 건판을 분석하고 별의 위치와 밝기를 기록하는 역할을 여성 연구원들이 맡았는데, 이들을 ‘컴퓨터(computer)’라고 불렀다. 그중 한 명이었던 헨리에타 스완 리빗(Henrietta Swan Leavitt)은 1908년, 우리 은하의 위성 은하인 마젤란 은하에 있는 수천 개의 변광성을 연구하던 중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그녀는 변광 주기가 긴 별일수록 더 밝게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리빗은 마젤란 은하에 있는 별들이 지구로부터 거의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가정하에서는 별의 겉보기 밝기가 곧 실제 밝기, 즉 절대 광도에 비례하게 된다. 이 가정을 통해 그녀는 관측된 ‘겉보기 밝기-주기’ 관계가 곧 ‘절대 광도-주기’라는 별의 내재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1912년, 리빗은 25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분석한 논문에서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 사이에는 단순한 관계가 있다”고 발표하며,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주기-광도 관계(Period-Luminosity Relation)’를 세상에 알렸다. 오늘날 이 관계는 그녀의 업적을 기려 ‘리빗의 법칙(Leavitt’s Law)’이라고도 불린다.
리빗의 발견은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 천문학자들이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적인 방법은 연주 시차(parallax)였지만, 이는 지구 궤도의 크기라는 한계 때문에 수백 광년 이내의 비교적 가까운 별에만 적용 가능했다. 우주의 광대한 크기에 비하면 이는 그저 문턱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리빗의 주기-광도 관계는 이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만 측정하면, 마치 전구에 적힌 와트(W) 수를 확인하듯 그 별의 실제 밝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실제 밝기와 겉보기 밝기를 비교하면, 빛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어두워진다는 물리 법칙(역제곱 법칙)을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로써 세페이드 변광성은 인류가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손에 쥔 최초의 신뢰할 수 있는 ‘표준 촛불’이 되었고, 이는 훗날 에드윈 허블이 우리 은하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다채로운 가족들
모든 세페이드 변광성이 동일한 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항성의 진화 단계, 질량, 화학 조성 등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이들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우주 거리 측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제1형: 젊고 무거운 고전적 세페이드 변광성
고전적 세페이드 변광성(Classical Cepheids, DCEP)은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1형 세페이드’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우주에서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젊은 별들로 구성된 ‘항성종족 I(Population I)’에 속한다. 질량은 태양의 4배에서 20배에 달하며, 광도는 태양의 수천 배에서 수만 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밝고 무겁다.
이들은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 즉 ‘중원소(metal)’의 함량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는 이들이 이전 세대 별들이 초신성 폭발 등으로 우주 공간에 뿌린 물질로부터 생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전적 세페이드는 우리 은하의 나선팔이나 다른 은하의 원반과 같이 별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변광 주기는 보통 수일에서 수십 일 사이로 비교적 길며, 에드윈 허블이 외부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 것이 바로 이 유형의 세페이드이다.
제2형: 늙고 가벼운 처녀자리 W형 변광성
제2형 세페이드 변광성(Type II Cepheids)은 고전적 세페이드와는 태생부터 다른 그룹이다. 이들은 우주 초기에 형성된 늙은 별들로 이루어진 ‘항성종족 II(Population II)’에 속한다. 질량은 태양의 절반 정도로 가볍고, 중원소 함량 또한 매우 낮다. 이들은 주로 우리 은하 중심부의 팽대부(bulge), 은하를 둘러싼 헤일로(halo), 그리고 구상성단과 같은 오래된 항성 집단에서 발견된다.
제2형 세페이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같은 주기를 가진 제1형 세페이드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1.5등급(밝기로는 약 4배) 더 어둡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1940년대 천문학자 발터 바데(Walter Baade)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는 우주론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허블이 제1형 세페이드를 관측하고 제2형 세페이드를 기준으로 보정된 주기-광도 관계를 적용하여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약 20억 년에 불과했다. 이는 지구의 나이보다도 짧은 값으로, 심각한 모순이었다. 바데의 발견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허블이 관측한 외부 은하의 세페이드들이 실제로는 더 밝은 제1형이었으므로, 기존에 계산했던 은하까지의 거리가 실제보다 약 2배 가까이 축소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오류를 바로잡자 은하까지의 거리가 2배로 늘어났고, 허블 상수는 절반으로 줄었으며, 우주의 나이는 약 40억 년으로 늘어나면서 나이의 역설이 해결되었다. 이 사건은 표준 촛불을 사용할 때 그 물리적 특성과 진화적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제2형 세페이드는 변광 주기에 따라 다시 세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된다. 주기가 1~4일로 가장 짧은 것은 헤르쿨레스자리 BL형(BL Herculis variables), 10~20일 사이인 것은 처녀자리 W형(W Virginis variables), 그리고 20일 이상으로 가장 긴 것은 **황소자리 RV형(RV Tauri variables)**으로 구분한다.
또 다른 맥동 변광성: 거문고자리 RR형과 방패자리 델타형
세페이드 변광성과 유사한 물리적 원리로 맥동하지만 다른 특성을 보이는 변광성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우주 거리 사다리의 각기 다른 계단을 구성하는 중요한 천체들이다.
-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 (RR Lyrae variables): 이들은 제2형 세페이드처럼 항성종족 II에 속하는 늙고 중원소가 적은 별들이다. 주기가 보통 1일 미만(4시간~24시간)으로 매우 짧고, 광도는 태양의 약 80배 수준으로 세페이드보다 훨씬 낮다. 거문고자리 RR형 변광성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별의 절대 등급이 약 +0.75로 거의 일정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기를 측정할 필요 없이 겉보기 등급만으로도 거리를 추정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표준 촛불이다. 다만 광도가 낮아 우리 은하 내의 구상성단이나 가까운 위성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 방패자리 델타형 변광성 (Delta Scuti variables): 이들은 헤르츠스프룽-러셀도(H-R도)에서 세페이드 불안정띠가 주계열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는 A-F 분광형의 별들이다. 세페이드보다 훨씬 젊고 덜 진화한 주계열성 또는 준거성에 해당한다. 주기는 수 시간(0.02~0.3일)으로 매우 짧고, 밝기 변화의 진폭도 상대적으로 작다. 이들 역시 주기-광도 관계를 따르기 때문에, 우리 은하 내의 성단이나 가까운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아래 표는 주요 맥동 변광성들의 핵심적인 특징을 요약하여 비교한 것이다.
별의 심장박동: 물리적 원리와 표준 광원으로서의 역할
맥동의 비밀: 헬륨 이온화와 카파 메커니즘
세페이드 변광성이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원동력은 별 내부에 장착된 거대한 ‘열 엔진’에 있다. 이 엔진의 핵심 부품은 별의 외피층에 존재하는 헬륨(He)이며, 이 현상을 ‘카파(κ)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카파(κ)는 물질이 빛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를 나타내는 불투명도(opacity)를 의미하는 기호이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환을 통해 일어난다.
- 수축 및 가열: 별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 외피층의 특정 영역이 압축되면서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 이온화와 불투명도 증가: 온도가 충분히 높아지면(약 50,000 K), 이 영역의 헬륨 원자는 전자를 잃고 두 번 이온화된 상태(He++)가 된다. 이온화된 헬륨은 중성 헬륨보다 빛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이 층의 불투명도(κ)가 급격히 증가한다.
- 에너지 축적과 팽창: 불투명해진 헬륨 층은 마치 댐처럼 별 중심부에서 올라오는 복사 에너지를 가두기 시작한다. 갇힌 에너지는 층 아래의 압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 압력은 중력을 이기고 별의 바깥층을 밀어내며 팽창시킨다.
- 팽창 및 냉각: 별이 팽창하면서 외피층의 밀도와 온도는 다시 낮아진다.
- 재결합과 투명도 증가: 온도가 낮아지면 이온화되었던 헬륨이 다시 전자와 결합하여 중성 상태로 돌아간다. 중성 헬륨은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갇혀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되기 시작한다.
- 에너지 방출과 수축: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내부 압력이 감소하고, 별은 다시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로써 다시 1번 과정으로 돌아가 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헬륨 이온화 층이 밸브처럼 열리고 닫히며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가두고 방출하는 과정이 바로 별의 맥동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카파 메커니즘이 모든 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메커니즘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헬륨 이온화 층이 별의 특정 깊이에 위치해야 한다. 너무 깊으면 상부층의 질량이 커서 움직이기 어렵고, 너무 얕으면 에너지를 충분히 가둘 수 없다. 오직 H-R도 상에서 특정 온도와 광도를 갖는 별들, 즉 ‘불안정띠(instability strip)’에 위치한 별들만이 이 조건을 만족하며, 세페이드 변광성, 거문고자리 RR형, 방패자리 델타형 변광성이 모두 이 영역에 속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광도 곡선으로 읽는 별의 정보: 헤르츠스프룽 진행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 변화를 시간에 따라 그래프로 그린 것을 ‘광도 곡선(light curve)’이라고 한다. 이 광도 곡선의 형태는 별의 물리적 상태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고전적 세페이드는 밝기가 최대치까지 빠르게 치솟았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비대칭적인 ‘상어 지느러미(shark fin)’ 모양의 광도 곡선을 보인다.
특히 주기 6일에서 20일 사이의 고전적 세페이드에서는 광도 곡선 중간에 작은 ‘혹(bump)’이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관측되는데, 이를 ‘헤르츠스프룽 진행(Hertzsprung progression)’이라고 한다. 이 혹은 별의 주기에 따라 체계적으로 위치를 바꾼다. 주기가 6일 정도로 짧은 별에서는 밝기가 감소하는 하강 곡선에서 나타나고, 주기가 길어질수록 혹의 위치는 점점 정점 쪽으로 이동한다. 주기가 약 10일이 되면 혹은 광도 최대 지점과 겹쳐 이중 최대점처럼 보이기도 하며, 주기가 20일 이상으로 더 길어지면 이제는 밝기가 증가하는 상승 곡선에서 나타나다가 사라진다.
이 현상은 별의 기본 진동 모드(fundamental mode)와 두 번째 배진동(second overtone) 사이에 2:1 공명(resonance)이 일어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별이 두 번 수축하고 팽창하는 동안 내부의 특정 음파가 한 번 진동하는 현상이 광도 곡선에 혹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헤르츠스프룽 진행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내부 구조와 맥동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거리 측정의 과정: 어떻게 세페이드로 거리를 재는가?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이용한 거리 측정 과정은 매우 논리적이며, 다음과 같은 4단계로 이루어진다.
- 주기(P) 측정: 망원경을 이용해 목표 은하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고, 여러 날에 걸쳐 별의 밝기 변화를 꾸준히 관측한다. 이를 통해 밝기가 가장 밝은 시점부터 다음 가장 밝은 시점까지의 시간, 즉 변광 주기(P)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 절대 등급(M) 계산: 측정된 주기(P)를 이미 잘 보정된 주기-광도 관계식에 대입한다. 이 관계식은 우리 은하 내에 있어 거리를 정확히 아는 세페이드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이 식을 통해 그 별이 10파섹(약 32.6광년) 거리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밝기, 즉 고유한 밝기인 절대 등급(M)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관측을 통해 보정된 제1형 세페이드의 주기-광도 관계식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
Mv=−2.43(log10(P)−1)−4.05
여기서 Mv는 V필터(가시광선)에서의 절대 등급이고, P는 일(day) 단위의 주기이다.
- 겉보기 등급(m) 측정: 망원경으로 관측한 별의 밝기를 측정한다. 이것이 바로 지구에서 보이는 밝기인 겉보기 등급(m)이다.
- 거리(d) 계산: 절대 등급(M)과 겉보기 등급(m)의 차이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한다. 이 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을 ‘거리 지수(distance modulus)’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
m−M=5log10(d)−5
이 식을 거리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10(m−M+5)/5
여기서 계산된 거리 d의 단위는 파섹(parsec, pc)이다. 1파섹은 약 3.26광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수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까지의 거리를 수십 퍼센트의 오차 범위 내에서 측정할 수 있다.
우주적 척도의 확장: 주기-광도 관계의 활용과 난제
허블의 발견과 외부 은하 천문학의 서막
1920년대 초, 천문학계는 ‘나선 성운(spiral nebulae)’의 정체를 두고 거대한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이 희미한 소용돌이 모양의 천체들이 우리 은하 내부에 있는 가스 구름인지, 아니면 우리 은하와 동등한 규모의 독립적인 ‘섬 우주(island universe)’인지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 논쟁을 종식시킨 것은 헨리에타 리빗이 발견한 열쇠를 손에 쥔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었다.
1923년,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였던 윌슨산 천문대의 100인치 후커 망원경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하던 중, 이전에 신성으로 착각했던 별 하나가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임을 확인했다. 그는 이 별에 ‘V1(Variable 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허블은 V1의 변광 주기를 측정하고, 리빗의 주기-광도 관계를 적용하여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그가 얻은 값은 약 90만 광년으로, 당시 알려진 우리 은하의 크기(약 10만 광년)를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엄청난 거리였다. (이후 제1형과 제2형 세페이드의 구분이 이루어지면서 이 거리는 약 200만 광년 이상으로 수정되었다.)
이 발견은 인류의 우주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안드로메다는 더 이상 우리 은하의 변방에 떠 있는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와 필적하는 거대한 외부 은하임이 명백해졌다. 허블의 발견으로 우주의 경계는 무한히 확장되었고, 수많은 은하들이 존재하는 광활한 우주의 모습이 비로소 드러났다. 이로써 외부 은하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탄생했으며, 세페이드 변광성은 그 문을 연 위대한 열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측정의 불확실성 1: 성간 소광과 베젠하이트 지수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은 매우 강력하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을 안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장애물은 ‘성간 소광(interstellar extinction)’이다. 별빛은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 성간 공간에 희박하게 퍼져 있는 먼지(dust) 입자들을 통과해야 한다. 이 먼지들은 별빛의 일부를 흡수하거나 산란시켜, 별이 실제보다 더 어둡고 붉게 보이게 만든다. 이는 마치 짙은 안개 속의 가로등이 더 희미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소광 효과를 제대로 보정하지 않으면 별이 실제보다 어둡게 관측되므로, 거리 지수 공식에 따라 실제보다 더 멀리 있는 것으로 잘못 계산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소광이 파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한다. 즉, 푸른빛은 붉은빛보다 먼지에 의해 더 많이 산란되고 흡수된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두 개 이상의 다른 색 필터(예: 파란색 B필터, 가시광선 V필터, 적외선 I필터)로 별의 밝기를 측정하고, 그 색깔 변화를 통해 소광의 정도를 추정하고 보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1982년 천문학자 배리 마도어(Barry Madore)는 소광 효과 자체를 수학적으로 제거하는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바로 ‘베젠하이트(Wesenheit) 지수’이다. 베젠하이트 광도(
W)는 특정 파장 대역의 겉보기 등급과 두 파장 대역의 색지수(color index)를 특정 비율로 조합하여 정의된다. 예를 들어, V필터와 I필터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WI=I−RI×(V−I)
여기서 RI는 소광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상수로, 우리 은하에서는 보통 1.45 정도의 값을 갖는다. 이 베젠하이트 광도는 정의상 성간 소광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만든 ‘주기-베젠하이트 관계(Period-Wesenheit relation)’는 일반적인 주기-광도 관계보다 분산이 적고 더 정확한 거리 측정값을 제공한다.
측정의 불확실성 2: 중원소 함량(Metallicity)의 영향
주기-광도 관계가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인(universal)’ 법칙인지에 대한 의문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특히 별의 화학 조성, 즉 ‘중원소 함량(metallicity)’이 주기-광도 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되었다. 중원소 함량은 별에 포함된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론적인 항성 맥동 모델과 관측 결과에 따르면, 같은 주기를 가진 세페이드라도 중원소 함량이 높은(metal-rich) 별이 중원소 함량이 낮은(metal-poor) 별보다 약간 더 어두운 경향을 보인다. 이는 중원소 함량이 별의 불투명도와 내부 구조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광도와 색깔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같은 100와트 전구라도 필라멘트의 재질이 다르면 밝기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과 같다.
은하마다 별이 형성된 역사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세페이드 변광성의 평균적인 중원소 함량도 다르다. 따라서 이 효과를 정밀하게 보정하지 않고 모든 은하에 동일한 주기-광도 관계를 적용하면, 은하의 화학 조성에 따라 거리가 체계적으로 과대 또는 과소평가될 수 있다. 최근 C-MetaLL(Cepheid Metallicity in the Leavitt Law)과 같은 대규모 분광 탐사 프로젝트는 수백 개의 우리 은하 세페이드 변광성의 중원소 함량을 직접 측정하여 이 효과를 정량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 효과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숙제: 허블 상수 논쟁
세페이드 변광성은 현재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바로 ‘허블 상수 논쟁(Hubble Tension)’이다. 허블 상수(H0)는 우주가 현재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우주의 나이, 크기,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우주론적 상수 중 하나이다.
현재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두 가지 주요한 방법이 있는데, 이 두 방법이 서로 다른 값을 내놓고 있다.
- 국소 우주 측정 (거리 사다리): 세페이드 변광성과 Ia형 초신성을 ‘표준 촛불’로 사용하여 가까운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직접 측정하고, 이들의 후퇴 속도(적색편이)와 비교하여 허블 상수를 구하는 방식이다. 애덤 리스(Adam Riess)가 이끄는 SH0ES(Supernovae, H0, for the Equation of State of Dark Energy) 팀의 가장 최근 측정값은 약 73 km/s/Mpc이다. 이는 1메가파섹(Mpc, 약 326만 광년) 멀어질수록 은하의 후퇴 속도가 초속 73 km씩 빨라진다는 의미이다.
- 초기 우주 측정 (우주배경복사): 빅뱅 직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의 우주에서 방출된 빛인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플랑크 위성 등으로 정밀하게 관측한다. 이를 표준 우주론 모델(ΛCDM 모델)에 입력하여 초기 우주의 상태로부터 현재의 허블 상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예측된 값은 약 67.5 km/s/Mpc이다.
이 두 값의 차이는 약 8% 정도로, 양측의 측정 오차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불일치(>5σ)이다. 이것이 바로 허블 텐션이다. 이 불일치는 단순한 측정 오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우주 이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한 국소 우주 측정이 정확하다면, 이는 우주가 표준 모델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암흑 에너지의 성질이 시간에 따라 변하거나, 초기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입자나 물리 법칙이 존재했음을 암시할 수 있다. 따라서 세페이드 변광성의 거리 측정 정밀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연구는, 어쩌면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게 될지도 모르는 현대 우주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특별한 사례 연구: 저진폭 세페이드 변광성
작게 맥동하는 별들: DCEPS의 특징
모든 고전적 세페이드가 크고 뚜렷한 밝기 변화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V필터 기준 진폭이 0.5등급 미만으로 작고, 광도 곡선이 거의 대칭적인 사인파(sine wave) 형태를 띤다. 변광성 종합 목록(GCVS)에서는 이들을 ‘DCEPS’라는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하며, ‘저진폭 세페이드(Small Amplitude Cepheids)’라고도 부른다.
이들의 주기는 일반적으로 7일 미만으로 짧으며, 대부분 별의 기본 진동 모드가 아닌 1차 배진동(first overtone)으로 맥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1차 배진동은 기본 진동보다 주기가 짧고 진폭이 작은 경향이 있다. DCEPS는 H-R도 상의 불안정띠에서 비교적 온도가 낮은 붉은색 경계 근처에서 발견된다. 이처럼 작은 진폭과 대칭적인 광도 곡선을 가진 세페이드는 전통적인 ‘상어 지느러미’ 형태의 광도 곡선을 가진 세페이드와 구분되며, 항성 맥동 이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북극성 폴라리스의 미스터리: 변덕스러운 맥동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별 중 하나인 북극성(Polaris)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고전적 세페이드 변광성이자, 가장 불가사의한 행동을 보이는 별이기도 하다. 폴라리스는 약 4일의 주기로 맥동하지만, 그 진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20세기 초, 폴라리스의 밝기 변화 진폭은 약 10%에 달했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하여 1990년대에는 거의 맥동을 멈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진폭이 미미해졌다. 천문학자들은 폴라리스가 불안정띠를 벗어나 맥동을 멈추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0년대 들어 진폭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다시 감소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맥동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폴라리스가 불안정띠를 처음 통과하는 과정에 있는지, 아니면 여러 번 통과한 진화한 별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으며, 기본 모드와 1차 배진동 모드 사이의 간섭, 또는 동반성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폴라리스의 미스터리는 가장 가까이서 상세히 연구할 수 있는 세페이드조차도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항성 진화와 맥동 이론에 중요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결론: 세페이드 변광성 연구의 현재와 미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연 새로운 지평
허블 상수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JWST는 허블 우주 망원경(HST)을 능가하는 강력한 성능, 특히 적외선 파장에서의 높은 분해능을 통해 세페이드 변광성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결정적인 도구를 제공했다.
JWST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세페이드 거리 측정의 두 가지 주요 체계적 오차, 즉 ‘성간 소광’과 ‘별의 밀집(photometric crowding)’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성간 먼지를 더 잘 통과하기 때문에 소광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JWST의 뛰어난 분해능은 멀리 있는 은하에서 수많은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환경 속에서도 목표 세페이드 변광성을 주변 별들로부터 명확하게 분리해낼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과거 HST 관측에서 제기되었던, 주변 별빛과의 혼합으로 인해 세페이드의 밝기가 실제보다 밝게 측정되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이다.
SH0ES 팀이 JWST를 이용해 HST가 관측했던 은하들의 세페이드를 재관측한 최근 연구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JWST의 정밀한 데이터는 HST의 측광이 체계적 오차 없이 매우 정확했음을 재확인해주었다. 이는 허블 텐션이 HST의 관측 오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천문학적 해법’의 가능성을 크게 낮추었다. 즉, JWST는 허블 텐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용의자들을 하나씩 제거함으로써, 이 문제가 어쩌면 표준 우주론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물리학’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계속되는 탐구: C-MetaLL 프로젝트와 한국 천문학계의 역할
허블 텐션과 같은 우주론적 난제를 해결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을 더욱 정밀한 우주 잣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기-광도 관계의 중원소 함량 의존성을 정밀하게 규명하기 위한 C-MetaLL(Cepheid Metallicity in the Leavitt Law)과 같은 대규모 국제 공동 분광 탐사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는 수백 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화학 조성을 직접 분석하여 표준 촛불의 보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연구 흐름 속에서 한국 천문학계의 역할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차세대 거대 지상 망원경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GMT) 건설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2030년대에 가동을 시작할 GMT와 같은 거대 망원경들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훨씬 더 멀리 있는 은하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고, 그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허블 상수를 비롯한 주요 우주론적 상수들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허블 텐션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헨리에타 리빗이 사진 건판 위에서 발견한 작은 빛의 규칙성이 우주의 문을 열었듯, 세페이드 변광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는 앞으로도 인류의 우주 이해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한국의 천문학계 역시 이 위대한 여정의 중요한 동반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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