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대표와 지구 역사
목차
지질연대표 개요
지질연대표(geologic time scale)는 지구가 형성된 약 46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주요 지질학적·생물학적 사건을 기록한 시대 구분 표이다 . ICS(국제층서학위원회)의 연대표에는 연대(백만 년 단위의 절대 시간)와 층서학적 단위(상·기·세 등) 체계가 혼용되어 있다 . 이처럼 거대한 시간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은 지구사의 사건들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캄브리아기(약 5.41억 년 전)에는 거의 모든 주요 동물계통이 짧은 기간에 등장하며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 특이한 진화 현상을 보였다 (www.popularmechanics.com). 이렇게 역사적 사건이나 화석 변화에 기반해 경계가 정해진다. 지질연대표는 전 지구적 지층의 대통일 기준(GSSP)을 통해 규정되며, 주요 멸종 사건이나 화산활동, 기후변동 등을 경계로 활용한다.
선캄브리아 시대
선캄브리아 시대는 지구 역사 전체의 약 9할을 차지할 정도로 긴 기간으로, 크게 명왕누대(Hadean), 시생누대(Archean), 원생누대(Proterozoic)로 구분한다. 아래에서는 각 시기에 따른 지질·생명학적 주요 특징을 살펴본다.
명왕누대 (Hadean, 약 45.4억년 전~40억년 전)
지구는 약 45.4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 초기 명왕누대에는 대체로 용암 바다 상태였다. 초기에는 빈번한 소행성 충돌이 있었고, 지각이 형성되며 서서히 냉각되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물질 중 하나인 지르콘 결정의 연대 측정 결과, 약 44억 년 전에도 지구에 물(해양)이 존재했음을 보여 준다. 2024년 과학자들은 서호주 자크힐스 지역에서 발견된 약 40억 년 전의 지르콘 화학 조성을 분석하여, 이 때 이미 육지가 일부 노출되고 강우(담수가) 순환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 이는 명왕누대 후반부에 지구 표면에 이미 대기의 순환과 수권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시생누대 (Archean, 약 40억년 전~25억년 전)
시생누대는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한 시대로 알려져 있다. 생명의 기원은 이 시기에 두 가지 형태로 접근될 수 있다. 첫째, 화학진화 연구(밀러-유리 실험 등)는 원시 해양에서 유기물 합성이 가능함을 보여 주었고, 둘째, 지질학적 증거는 그 실제 존재 시기를 추정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 래브라도의 약 39.5억 년 전 퇴적암에서 발견된 화석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 분석 결과, 그 시기에도 광합성 같은 생물 활동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 이 연구는 39.5억 년 전보다 이전에도 유기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또한 스트로마톨라이트(남세균의 퇴적구조물)가 약 35억 년 전부터 등장하였고, 세균-아케아 생물들이 다양한 대사 방식을 발전시켰다.
원생누대 (Proterozoic, 약 25억년 전~5.41억년 전)
원생누대에서는 지구 환경과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대산소화 사건이 약 24.5억 년 전에 발생하여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증했다 (www.popularmechanics.com). 이로 인해 철이 산화되어 적색층이 생기고, 이후 진핵생물이 출현하여 복잡한 세포 구조의 생물이 등장했다. 원생누대 후반부(Cryogenian, 약 7.2~6.3억 년 전)에는 스노볼 어스(Snowball Earth)라 불리는 전 지구적 빙하기가 두 차례 있었다 . 이러한 빙하기 동안 지구 전역이 얼음으로 뒤덮였고, 그 후 신생대의 폭발적 생명 다양성 발현을 준비하는 환경 변화를 맞았다. 또한 약 6.35억~5.41억 년 전 에디아카라기에는 최초의 다세포 동물이 등장해 캄브리아 대폭발을 예고했다.
현생누대(Phanerozoic)
현생누대는 표준 지질시대로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세분되며, 지표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생명과 지층이 이 시기에 속한다. 각 시대의 특징을 살펴본다.
고생대(Paleozoic, 약 5.41억년 전~2.52억년 전)
- 캄브리아기(約5.41~4.85억년 전): 생명의 다양성이 급증하여 거의 모든 주요 동물문(phylum)이 나타났다.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한다 (www.popularmechanics.com). 이 시기의 층서 기록에서는 방추충류, 삼엽충 등의 화석이 풍부하다.
-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해양성 생물이 발달하고 최초의 경골어류(물고기)가 출현했다.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대규모 빙하기가 발생하여 많은 종이 멸종했다.
- 데본기: 어류가 크게 번성하였고, 일부 어류가 양서류(육상 척추동물)로 진화해 최초의 육상 척추동물이 등장했다.
- 석탄기(Carboniferous, 約3.6~2.99억년 전): 대규모 열대 우림의 습지가 발달하고, 양서류·원시 파충류가 번성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오늘날보다 높아 곤충과 거대 양서류가 번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 페름기(約2.99~2.52억년 전): 판게아 초대륙이 완성되었고, 기후는 전반적으로 건조해졌다. 페름기 말에는 대멸종(약 2.52억 년 전)이 발생하여 해양 생물의 약 96%, 육상 척추동물의 약 70% 이상이 소멸했다 . 이는 지구 역사상 가장 심각한 멸종 사건으로, 대규모 화산 분출(시베리아 트랩 화산)과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
중생대(Mesozoic, 약 2.52억년 전~6.6천만년 전)
- 트라이아스기(2.52~2.01억년 전): 페름기의 대멸종 이후 생태계가 회복되었으며, 최초의 공룡과 초기 포유류가 등장했다. 말기에 또 한 차례 멸종(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이 발생했다.
- 쥐라기(2.01~1.45억년 전): 공룡이 육지 생태계를 지배했으며, 익룡이 하늘을, 조류(아르케옵테릭스 등)의 조상격인 생명체가 하늘을 날았다. 해양에서는 어룡·플레시오사우루스 등이 번성했다.
- 백악기(1.45억년 전~6.6천만년 전): 꽃피는 식물(피자식물)이 급격히 번성하고, 공룡도 다양화했다. 백악기 말 약 6,600만 년 전에는 거대 소행성 충돌과 화산 활동으로 백악기–제3기(K–Pg) 멸종이 일어났다. 이 멸종으로 전체 생물종의 약 80%가 사라져 공룡도 멸종했다 (www.popularmechanics.com). 멸종 이후는 포유류와 조류가 지배적 그룹으로 부상했다.
신생대(Cenozoic, 약 6.6천만년 전~현재)
- 팔레오세~올리고세(66~23천만년 전): 온실 기후가 점차 냉각되며 빙하가 형성됐다. 특히 약 3,400만 년 전 올리고세 초기에는 남극에 최초의 대규모 빙하가 형성되어 지구가 크게 냉각됐다 (www.science.org). 이 시기에 원시 고래류가 등장하고, 포유류·조류의 다양성이 급증했다.
- 신생세(23천만년 전~2.6백만년 전): 대륙 분열로 오늘날과 유사한 지리구조가 완성되었고, 북반구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초원(사바나)이 확대되고 대형 포유류가 번성했으며, 인류 조상도 이 시기에 출현했다.
- 홍적세와 현세(2.6백만년 전~현재): 약 260만 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반복되었고, 약 30만 년 전 현생 인류(Homo sapiens)가 등장했다. 현재(홀로세)는 비교적 따뜻한 간빙기로, 인간 문명이 꽃핀 시기이다.
대륙이동과 기후 변동
대륙 이동
지질학적으로 판 구조론에 따라 대륙과 해양은 지속적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로디니아(약 10억 년 전)와 파노티아(약 6억 년 전) 등 초대륙이 형성되었으며 , 고생대 말에는 판게아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판게아는 중생대에 분열되었고, 현재의 대서양과 인도양 등 여러 해양이 생겨났다. 현재도 판이동은 계속되어 아프리카 판이 유라시아 판과 충돌 중이며, 향후 약 2.5억 년 후에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이 유라시아에 합쳐져 새로운 초대륙(판게아 얼티마)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 이러한 초대륙 주기는 수억 년 간격으로 반복되며, 대륙의 만남과 분리를 거듭하며 지구 지형을 변화시킨다 .
기후 변화
지구 역사에는 수차례 극적 기후 변동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약 7.2~6.3억 년 전 크라이오젠기에는 전 지구가 빙하로 뒤덮이는 스노볼 어스 현상이 발생했다 . 반면 중생대 대부분은 온난한 기후가 지속되었는데, 백악기 말의 기후도 지금보다 따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대로 접어들어 약 3,400만 년 전 올리고세부터 지구는 전반적인 냉각기로 접어들었는데, 이 시기에 남극 대륙에 빙하가 형성되며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www.science.org).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반복되면서 인류 시대까지 계속되고 있다.
미래의 지구
앞으로 수천만~수억 년의 지구 변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향후 대륙 이동 시나리오에 따르면, 약 2.5억 년 후 유라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가 합쳐진 판게아 얼티마(Pangaea Ultima)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 이때 초대륙 내부에는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상승하여, 지구 표면의 약 92%가 포유류 등 생명체에 부적합한 극한 환경이 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더 가까운 미래인 몇천만 년 단위로는 현재의 판 운동이 지속되어 아프리카-유라시아 충돌이 완성되고, 인도는 동아시아에 병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학자들은 태양의 서서히 밝아지는 현상과 외부 충돌 가능성 등도 고려해 극지 빙하의 소멸, 해수면 상승 등 장기 기후 변화를 예측한다.
관련 다큐멘터리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의 ‘네이키드 사이언스(Naked Science)’ 시리즈 중 ‘지구의 멸망’ 관련 편에서는 과거 지구의 대멸종과 미래 시나리오를 다룬다. 예컨대 한편에서는 고대 마야 달력의 종말론과 지구 역사상 3대 대멸종(캄브리아기 말, 페름기 말, 백악기 말)을 분석하여 미래 멸종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www.yna.co.kr). 또 다른 편에서는 석유 고갈, 인구 폭증, 지구 자전 중지, 태양 폭발, 외계인 침략 등 다양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www.yna.co.kr). 이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현실적인 위협과 대비 방법을 제시하고, 8일 편에서는 종말 이후를 대비한 생존 전략, 9일 편에서는 과학자들이 예측한 충격적 미래상을 다룬다 (www.yna.co.kr) (www.yna.co.kr). 이러한 다큐멘터리는 지질연대표적 관점뿐 아니라 대중적 관심을 반영해 지구 멸망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설명한다.
결론
지질연대표는 지구의 거대한 시간을 이해하고 지구 시스템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생명의 진화, 대륙 이동, 기후 변동 같은 지질학적 현상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래브라도의 39.5억 년 전 퇴적암 탄소 분석은 그 시기 생물 존재를 가리켰고 , 호주 자크힐스의 40억 년 전 지르콘 연구는 당시 이미 육지와 담수 순환이 존재했음을 보여 주었다 . 이처럼 최신 지질학·지화학 연구는 지구 초기 환경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첨단 분석 기법과 지구 물리 모델링을 통해 지질연대를 더욱 정밀히 규명함으로써 인류는 지구의 과거를 완전하게 복원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1]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International Chronostratigraphic Chart (v2023/09), ICS (IUGS, 2023).
- [2] Sara Novak, “Earth Formed 4.54 Billion Years Ago – How Do Scientists Know?”, Discover Magazine (2013).
- [3] Elise Cutts, “Ancient crystals suggest early Earth had land and freshwater”, Science 384 (6695), 2024.
- [4] T. Komiya et al., “Early trace of life from 3.95 Ga sedimentary rocks in Labrador, Canada”, Nature 560, 99–102 (2018).
- [5] C. M. Ostrander et al., “Timing and tempo of the Great Oxidation Event”, Nature (2024) [발견 자료].
- [6] University of California Museum of Paleontology (UCMP), “The Cambrian Period” (UC Berkeley).
- [7] Jennifer Chu, “Siberian Traps likely culprit for end-Permian extinction”, MIT News (2015).
- [8] Encyclopædia Britannica, “K–T (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2023).
- [9] S. Galeotti et al., “Antarctic Ice Sheet variability across the Eocene–Oligocene boundary climate transition”, Science 361(6408), 76–80 (2018).
- [10] P. F. Hoffman et al., “Snowball Earth climate dynamics and Cryogenian geology–geobiology”, Science Advances 3, e1600983 (2017).
- [11] Encyclopædia Britannica, “Pangaea” (2021) – Rodinia, Pannotia, supercontinent cycles.
- [12] J. O’Callaghan, “Pangaea Ultima, the Next Supercontinent, May Doom Mammals to Far-Future Extinction”, Scientific American, 2023.
- [13] 고현실, “NGC, 인류 멸망설 다룬 다큐 10편 방송”, 연합뉴스 (2012).
© 2025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