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네덜란드 ASML로부터 11조 9,496억 원(약 80억 달러) 규모의 EUV 노광장비를 도입한다. ASML 고객사 중 단일 주문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며, 약 30대의 장비가 2027년 말까지 납품된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 속에서 HBM과 차세대 D램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적 투자다.
역대 최대 규모, 12조원짜리 장비 주문
SK하이닉스는 24일 공시를 통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코리아로부터 11조 9,496억 원(약 79억 7,000만 달러, 약 11조 5,565억 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2024년 말 기준 SK하이닉스 자산총액의 9.97%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비 도입과 설치, 개조 비용이 모두 포함됐으며 납품 기한은 2027년 12월 31일까지 약 2년이다. 번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다오(David Dao)는 이번 주문이 약 30대의 EUV 장비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ASML 고객사가 공시한 단일 EUV 주문 중 역대 최대 규모로, AI 시대 반도체 장비 확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청주와 용인, 두 거점에 집중 배치
이번에 도입하는 EUV 장비는 SK하이닉스의 두 핵심 생산 거점에 배치된다. 첫 번째는 충북 청주의 M15X 공장이다. M15X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2단계 클린룸 가동을 기존 계획보다 2개월 앞당겨 생산능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팹(Fab)으로, 2027년 2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인 팹은 차세대 범용 D램 양산을 담당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약 10대의 EUV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로 EUV 생산 역량을 약 3배로 확대하게 된다. 2025년 9월에는 M16 팹에서 세계 최초로 하이-NA(High-NA) EUV 장비를 양산에 투입한 바 있어, EUV 기술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 항목 | 세부 내용 |
|---|---|
| 주문 금액 | 11조 9,496억 원 (약 80억 달러) |
| 장비 수량 | 약 30대 (애널리스트 추정) |
| 납품 기한 | 2027년 12월 31일 |
| 배치 거점 | 청주 M15X (HBM), 용인 1기 팹 (D램) |
| 기존 EUV 보유 | 약 10대 → 투자 후 약 3배 확대 |
| 자산 대비 비중 | 9.97% (2024년 말 기준) |
6세대 D램 공정 전환의 핵심 인프라
이번 대규모 장비 투자의 기술적 배경은 6세대(1c) D램 공정으로의 전환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세대(1b) 공정으로 HBM4 코어 다이를 생산하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인 HBM4E부터 1c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1c 공정은 HBM뿐 아니라 DDR5, LPDDR6 등 서버 및 모바일용 범용 D램 양산에도 활용된다. EUV 노광장비는 이처럼 미세한 회로 패턴을 정밀하게 구현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독점 공급업체로, 2025년 말 기준 388억 유로(약 56조 2,600억 원)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수년 전부터 선점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HBM 패권 경쟁 가속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와의 HBM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NVIDIA)의 AI 가속기용 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HBM3E에 이어 HBM4 양산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1c D램 공정을 HBM4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HBM 로직 다이 생산에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등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애널리스트 류영호는 이번 장비가 “HBM과 첨단 D램 양산 모두를 지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문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서울 거래소에서 5.7% 상승했고, ASML 주가도 암스테르담 거래소에서 0.9% 올라 1,185.60유로를 기록했다.
AI 시대, 장비 확보가 곧 경쟁력이다
이번 12조원 규모의 EUV 장비 주문은 단순한 설비 투자를 넘어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한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 투자(CAPEX)가 최첨단 장비 확보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ASML의 EUV 장비는 대당 3,000억~5,000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제한적이다.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차세대 공정 전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는 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본격 가동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국가 단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장비 공급망을 선점하는 기업이 향후 5년의 반도체 지형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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