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엔비디아 GTC에서 글로벌 웨이퍼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요 대비 웨이퍼 공급 부족률은 20% 이상이며, 증설에만 최소 4~5년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는 DRAM 가격 안정화 방안과 미국 ADR 상장을 검토 중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최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컨퍼런스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메모리칩 부족 사태가 2030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Bloomberg),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한 이 발언은, AI 수요 폭증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웨이퍼 20% 이상 부족, 빠른 증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최태원 회장은 부족 사태의 근본 원인을 웨이퍼 공급 부족으로 지목했다. 그는 “글로벌 웨이퍼 공급 부족률이 20%를 넘으며, 추가 웨이퍼 확보에는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웨이퍼 생산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2~3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기존 DRAM 대비 훨씬 많은 웨이퍼를 소모한다. HBM은 여러 층의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로, 동일 용량의 일반 DRAM보다 웨이퍼 사용량이 수배에 달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웨이퍼 생산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공장 증설의 현실적 벽
최 회장은 공장 증설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대만, 싱가포르, 미국이든—어디서나 전력과 용수 확보가 어렵다”며, “증설은 원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당분간 한국 내 신규 공장 건설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해외 공장 증설이 전력·용수 인프라 부족으로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 항목 | 수치 |
|---|---|
| 글로벌 웨이퍼 공급 부족률 | 20% 이상 |
| 부족 지속 전망 시점 | 2030년 |
| 웨이퍼 추가 확보 소요 기간 | 최소 4~5년 |
| SK하이닉스 HBM 글로벌 시장점유율 | 약 62% (2025년 2분기 기준) |
| HBM4 시장점유율 전망 (2026년) | SK하이닉스 50%, 삼성 30%, 마이크론 20% |
| HBM 마진율 | 약 60% (기존 칩 80% 대비) |
| HBM 시장 규모 전망 (2030년) | 약 980억 달러(약 142조 1,000억 원) |
DRAM 가격 안정화와 ‘칩플레이션’ 대응
최 회장은 DRAM 가격 급등, 이른바 ‘칩플레이션(chipflation)’에 대한 대응책도 시사했다.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곽노정 CEO가 곧 DRAM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의 마진율은 약 60%로 기존 범용 DRAM 칩의 80%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절대적인 단가가 높아 전체 매출과 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크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공급 우선 배분 전략을 통해 범용 DRAM 시장의 공급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HBM4 경쟁 격화—삼성·마이크론의 추격
HBM 시장의 경쟁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시장점유율 6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세대 HBM4 시대에는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전력 효율 40% 개선, 데이터 전송 속도 10Gbps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Micron)은 11Gbps 속도의 HBM4 샘플 출하를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도 HBM3E 제품이 주요 고객사에서 인증을 획득하면서 HBM4 본격 양산 시점에서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6년 HBM4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0%, 마이크론 20%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가들은 “HBM4 경쟁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의 양강 구도”라고 평가한다.
미국 ADR 상장 검토—글로벌 주주 확대 전략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 검토도 확인했다.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주주에게도 노출됨으로써, 더 글로벌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ADR 상장이 실현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에서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아직 미국 ADR 상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기회와 과제
한국 독자 관점에서 최태원 회장의 경고는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 메모리 부족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간 이익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했으며, HBM 중심의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 HBM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약 980억 달러(약 142조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웨이퍼 공급 부족이 생산 확대의 병목이 되어, 시장 기회를 완전히 포착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전력·용수 인프라 확보, 해외 공장 증설의 현실적 제약, HBM4 세대에서의 경쟁 격화 등 복합적인 도전 과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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