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테슬라가 캐리어(Carrier), 스팬(SPAN) 등 7개 기업과 함께 전력망 활용률을 높여 미국 소비자에게 10년간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이상을 절감시키겠다는 연합체 ‘유틸라이즈(Utilize)’를 출범시켰다. 미국 전력망의 평균 가동률이 53%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근거로, 기존 인프라의 유휴 용량을 활용해 신규 발전소 건설 없이도 76~215기가와트(GW)의 추가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34.4GW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력망 ‘과잉 건설’ 대신 ‘효율적 운용’이라는 새로운 해법이 등장한 셈이다.
53%만 가동되는 전력망, 숨겨진 용량을 찾아라
2026년 3월 10일, 구글과 테슬라를 포함한 7개 기업이 비당파적 전력 정책 연합체 ‘유틸라이즈(Utilize)’를 공식 출범시켰다. 창립 멤버에는 세계 최대 냉난방공조(HVAC) 기업 캐리어(Carrier), 가상발전소 기업 리뉴홈(Renew Home), 분산에너지 개발사 스파크펀드(Sparkfund), 스마트 전기 패널 스타트업 스팬(SPAN), 에너지 기술 기업 베러스(Verrus)가 포함된다. 전력 소비자 연합(Electricity Customer Alliance)과 에너지 컨설팅 기관 브래틀 그룹(The Brattle Group)이 지원 기관으로 참여하며, 이안 매그루더(Ian Magruder)가 사무총장을 맡는다.
유틸라이즈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미국 전력망은 평균 53%의 용량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듀크대학교가 미국 22개 지역 전력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송전선은 약 30% 수준의 가동률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서부 지역의 송전망은 피크 시간대에도 가용 용량의 18~52%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그루더 사무총장은 “수십 년간 우리는 최대 수요에 맞춰 전력망을 건설해 왔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당 부분이 놀고 있다”며 “1년에 몇 번만 만석으로 비행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잉여 용량이 눈앞에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1,000억 달러 절감, 브래틀 그룹이 검증한다
유틸라이즈가 제시하는 핵심 수치는 파격적이다. 기존 전력망의 유휴 용량을 활용하면 76~215GW의 추가 전력 수요를 별도의 발전소 건설 없이 흡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전기 소비자들은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이상, 최대 1,800억 달러(약 261조 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은 에너지 분야 독립 컨설팅 기관인 브래틀 그룹이 유틸라이즈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에 기반하며, 정식 보고서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 항목 | 수치 |
|---|---|
| 미국 전력망 평균 가동률 | 53% |
| 서부 송전망 피크 가동률 | 18~52% |
| 유휴 용량 활용 시 추가 감당 가능 전력 | 76~215GW |
| 10년간 예상 절감액 | 1,000억~1,800억 달러(약 145조~261조 원) |
|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2026년) | 75.8GW |
|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2030년 전망) | 134.4GW |
| 구글 2025년 에너지 인프라 투자 |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8,875억 원) |
| 테슬라 2025년 에너지 저장 매출 | 127억 달러(약 18조 4,150억 원) |
전력 소비자 연합의 제프 데니스(Jeff Dennis) 대표는 “전력망 활용률 개선은 가용 공급을 확대하고 가정과 기업의 전기 요금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전력 인프라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구글과 테슬라, 각자의 계산법
유틸라이즈에 참여하는 각 기업의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지만, 전력망 효율화라는 목표에서 교차한다. 구글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 2025년 한 해에만 에너지 인프라에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8,875억 원)를 투자했고, 미네소타주 단일 데이터센터를 위해 1.9GW 규모의 청정에너지 개발을 촉발시켰다. 구글 에너지시장개발 총괄 엘렌 주커만(Ellen Zuckerman)은 “전력 수요 증가가 더 넓은 범위의 경제성과 시스템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유휴 용량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참여는 에너지 사업 부문의 급성장과 직결된다. 2025년 에너지 저장 사업 매출은 127억 달러(약 18조 4,150억 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에너지 저장 장치 배치 규모는 46.7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운영 중인 가상발전소(VPP)의 출력은 100MW를 넘어섰으며, 텍사스에서는 사이버트럭 V2G(차량-전력망)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테슬라 주거용 에너지 수석 디렉터 콜비 헤이스팅스(Colby Hastings)는 “배터리 저장 장치와 분산 에너지 자원은 이미 전력망의 더 스마트한 활용이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리어의 에너지 부문 사장 하칸 일마즈(Hakan Yilmaz)는 “스마트 냉난방 솔루션이 피크 수요를 관리하고 기존 인프라를 극대화해 비용이 많이 드는 과잉 건설을 줄인다”고 강조했다. 결국 발전소를 더 짓는 것보다 이미 있는 전력망을 똑똑하게 쓰는 것이 모든 참여 기업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버지니아 법안 통과, 정책 변화의 시작점
유틸라이즈의 정책적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 SB 621/HB 434 법안이 초당파적 지지로 의회를 통과해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기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최초로 주요 전력 회사에 전력망 실제 가동률을 측정·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해당 지표를 주 공기업위원회(State Corporation Commission)의 계획 및 규제 심사에 반영하도록 요구한다.
이 법안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전력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그동안 전력 회사들은 ‘피크 수요 대응을 위한 신규 건설’을 중심으로 투자 계획을 세워 왔으나, 가동률 지표가 규제 과정에 포함되면 ‘기존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다. 유틸라이즈는 이를 시작으로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주지사, 주의회, 전력 회사, 규제 기관과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4,461MW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해법
유틸라이즈의 접근법은 한국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연평균 11% 증가할 전망이다. 수도권 집중, 전력 인프라 불균형, 인허가 지연 등 미국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전력망이 53%의 가동률에 머무르고 있다면, 한국도 기존 전력 인프라의 실제 활용률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유휴 용량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규 발전소 건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저장 장치, 가상발전소, 수요 반응 프로그램, 전력망 강화 기술 등 유틸라이즈가 제안하는 기술 중립적 해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글과 테슬라라는 빅테크가 전력 ‘소비자’에서 전력 ‘시스템 혁신자’로 역할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단순히 전기를 공급받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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