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Micron) CEO 산제이 메로트라가 자율주행차 한 대에 300GB 이상의 DRAM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차량 평균 메모리 탑재량 16GB 대비 약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AI가 도로 위의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마이크론 2분기 실적, AI가 만든 ‘3배 성장’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놀라운 수치를 공개했다. 매출 238억 6,000만 달러(약 34조 5,970억 원), 순이익 138억 달러(약 20조 1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매출 80억 5,300만 달러(약 11조 6,769억 원) 대비 약 3배 성장을 달성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03억 달러(약 14조 9,350억 원)가 증가한 수치다. CEO 산제이 메로트라(Sanjay Mehrotra)는 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AI에 의한 메모리 수요 증가, 구조적 공급 제약, 그리고 마이크론의 전방위 실행력”을 꼽았다. 3분기 가이던스는 335억 달러(약 48조 5,750억 원) ±7억 5,000만 달러로, 성장세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차량 한 대에 RAM 300GB, 자율주행이 바꾸는 메모리 지형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자동차 메모리에 대한 전망이다. 메로트라 CEO는 “레벨4(L4) 자율주행차가 본격 보급되면 차량 한 대당 메모리 탑재량(BOM)이 현재 약 16GB에서 300GB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약 19배에 달하는 증가폭이다. L4 자율주행은 특정 지역(지오펜스) 내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수준을 의미하며, 추월, 복잡한 교차로 통과 등 고난도 주행 판단을 실시간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량은 수십 개의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센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용량 고속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 항목 | 현재 (L2 ADAS) | 미래 (L4 자율주행) |
|---|---|---|
| 차량당 DRAM | 약 16GB | 300GB 이상 |
| 자율주행 수준 | 차선 유지, 크루즈 컨트롤 | 완전 무인 주행 (지오펜스 내) |
| 센서 데이터 처리 | 제한적 |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실시간 융합 |
| 메모리 기술 | LPDDR4/5 | 차량용 1γ LPDDR5 |
| 증가율 | 기준 | 약 19배 |
마이크론은 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 최초의 차량용(Automotive-grade) 1γ(1감마) LPDDR5 DRAM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소비자용보다 훨씬 엄격한 온도·내구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전용 제품 개발이 별도로 필요하다.
로봇도 300GB, ’20년 성장 벡터’의 시작
메로트라 CEO의 전망은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로봇 분야에서 20년간의 성장 벡터가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L4 자율주행차와 동등한 수준의 컴퓨팅 플랫폼을 필요로 하며, 이는 곧 로봇 한 대당 300GB의 RAM과 대용량 SSD가 탑재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메로트라는 로봇이 “가장 큰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NVIDIA)가 BYD, 지리(Geely), 이스즈(Isuzu), 닛산(Nissan)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자율주행 플랫폼 채택을 위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이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자동차와 로봇, 두 분야에서 동시에 폭발하는 메모리 수요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축을 데이터센터에서 ‘엣지 AI’로 확장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메모리 공급 부족, PC·스마트폰까지 타격
문제는 공급이다. 마이크론은 2026년 전체 DRAM 및 NAND 비트 수요가 공급에 의해 제약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RAM 공급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자동차·로봇 분야의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6년 DRAM 가격은 전년 대비 70~100%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메로트라 CEO는 “공급 부족이 무기한 지속될 것”이라며, “팹 용량을 확대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다. 새로운 제조 시설은 2028~2029년에야 가동될 예정이다. 이 공급 부족은 자동차와 로봇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2026년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이 두 자릿수(low double-digit)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리미엄 차량의 첨단 콕핏과 자율주행 기능에 필요한 메모리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 메모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마이크론의 전망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자동차용 메모리 시장의 급성장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HBF(Hybrid Bonded FRAM)의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관련 특허를 확보하며 차세대 메모리 기술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만 마이크론은 HBF에 대해 “용량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쓰기 속도, 전력 소비, 데이터 보존 등 NAND의 한계를 공유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차량 한 대가 고급 서버 수준의 메모리를 탑재하는 시대가 오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규모와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이 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것은 이 변화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전환임을 보여준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로봇용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10~20년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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