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3월 20일 ‘국가 AI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아동 보호부터 표현의 자유까지 7대 정책 축을 제시하며, 각 주의 독자 AI 규제를 연방법으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회에 올해 안 입법을 촉구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연방 차원의 AI 입법 청사진
트럼프 행정부가 2026년 3월 20일 ‘국가 인공지능 정책 프레임워크(National Policy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2025년 12월 11일 서명된 행정명령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AI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권고안이다. 백악관은 “인류 번영, 경제 경쟁력, 국가 안보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AI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프레임워크는 의회에 올해 안에 이를 법률로 성문화할 것을 촉구하며,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7대 정책 축, 무엇을 담았나
프레임워크는 7대 축(Seven Pillars)으로 구성된다. 첫째, 아동 보호 및 부모 권한 강화로 AI 플랫폼이 미성년자에게 접근 가능한 경우 성적 착취와 자해 유도를 차단하는 기능을 의무화하고, 부모에게 자녀의 개인정보 설정·화면 시간·콘텐츠 노출을 관리하는 도구를 제공하도록 권고한다. 둘째, 미국 지역사회 보호 및 강화로 AI 기반 사기 범죄 대응 역량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일반 요금 납부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셋째, 지식재산권 및 창작자 보호로 AI 학습에 대한 공정 이용(fair use)을 인정하되, 자발적 라이선스 체계와 집단적 권리 프레임워크 도입을 검토한다. 넷째, 검열 방지 및 표현의 자유 보호로 AI 시스템이 합법적 정치적 표현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한다.
| 정책 축 | 핵심 내용 |
|---|---|
| 아동 보호 | 미성년자 대상 AI 플랫폼 안전장치 의무화, 부모 관리 도구 제공 |
| 지역사회 보호 | AI 사기 대응 강화,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전가 방지 |
| 지식재산권 | 공정 이용 인정 + 자발적 라이선스 체계 검토 |
| 표현의 자유 | AI 기반 정치적 검열 금지 |
| 혁신 촉진 | 규제 샌드박스 설치, 연방 데이터셋 개방 |
| 인력 양성 | AI 교육 확대, 랜드그랜트 대학 기술 역량 강화 |
| 연방 선점 | 주(州) AI 규제법을 연방법으로 통합 |
다섯째, 혁신 촉진 및 미국 AI 지배력 확보로 규제 샌드박스를 설치해 AI 소프트웨어 테스트 및 개발을 가속화하고, 산업계와 학계에 연방 데이터셋 접근을 확대한다. 여섯째, AI 인력 양성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랜드그랜트 대학(land-grant university)의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 일곱째, 연방 정책 프레임워크 수립으로 각 주의 번거로운 AI 규제법을 연방법으로 선점(preemption)한다.
’50개 규제 대신 1개 국가 표준’… 주법 선점이 핵심
프레임워크의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연방법에 의한 주(州)법 선점이다. 백악관은 “50개 주의 서로 다른 규제가 아닌, 최소한의 부담으로 일관된 국가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AI 개발이 “본질적으로 주(州) 간 경계를 넘는 현상이며 외교·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논리다. 현재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일리노이, 텍사스, 뉴욕시 등이 이미 AI 관련 고용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기존 법률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일반 법 집행, 도시 계획(zoning), 주 정부 자체의 AI 사용에 대한 관할권은 유지된다.
새 기관 없이 기존 규제 체계 활용
프레임워크는 새로운 연방 AI 규제 기관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신 SEC(증권거래위원회)가 금융 AI를, FDA(식품의약국)가 의료 AI를, FTC(연방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보호 영역의 AI를 각각 감독하는 기존의 부처별 전문 규제 체계를 유지한다. 업계 자율 표준(industry-led standards) 개발도 장려한다.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현장 발전 시설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AI 개발을 방해하는 구시대적 연방 규제를 제거할 것을 의회에 권고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세제 혜택,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반응은 엇갈려… 의회 통과는 불투명
업계 반응은 양극화됐다. 비즈니스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BSA)와 넷초이스(NetChoice)는 “혁신과 인력 양성의 균형을 잘 잡았다”며 환영했다. 하원 의장 마이크 존슨과 스티브 스칼리스, 짐 조던 등 공화당 의원들도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해방하겠다”며 협력을 약속했다. 반면 미국책임혁신연합(Americans for Responsible Innovation)은 “개발자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고, 미국인에 대한 오픈 시즌(open season)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회 통과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기존 행정명령 이행조차 지연되는 상황에서, 올해 안 입법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연방 선점과 유럽연합(EU) AI법 등 해외 규제 간 교차 준수(cross-border compliance)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한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이번 프레임워크는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장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전자, LG, 네이버 등은 50개 주의 개별 규제 대신 단일 연방 표준만 준수하면 되므로 규제 준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규제 샌드박스와 연방 데이터셋 개방은 미국 기업에 우선적 혜택을 줄 가능성이 높아, 한국 AI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량 규제(light-touch)’ 기조와 EU의 포괄적 규제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방향을 택할지가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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