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 루멘텀과 코히런트에 총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를 투자한다. GPU를 넘어 광 네트워킹까지 수직 통합을 확대하며,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루멘텀·코히런트에 각 20억 달러씩 투자
엔비디아는 2026년 3월 2일(현지시간) 실리콘 포토닉스 전문 기업 루멘텀(Lumentum)과 코히런트(Coherent)에 각각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씩, 총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다년간 비독점(nonexclusive)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매 약정과 첨단 레이저 부품·광 네트워킹 제품에 대한 미래 생산 역량 확보 권리를 포함한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AI는 컴퓨팅을 재발명했으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이끌고 있다”며 “루멘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실리콘 포토닉스를 발전시켜 차세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멘텀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미국 내 신규 제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마이클 헐스턴(Michael Hurlston) 루멘텀 CEO는 “이번 다년간 전략적 계약은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동할 광학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양사의 공동 의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CPO 기술, 전력 3.5배 절감의 핵심
이번 투자의 핵심은 CPO(Co-Packaged Optics, 공동 패키지 광학) 기술이다. CPO는 광학 부품을 네트워크 스위치 칩과 같은 패키지에 직접 통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플러거블(pluggable) 트랜시버 대비 전력 소비를 3.5배 절감하고 레이저 사용량을 4배 줄인다.
| 항목 | 수치 |
|---|---|
| 총 투자 규모 | 4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 |
| 루멘텀 투자액 |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
| 코히런트 투자액 |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
| CPO 전력 절감 효과 | 기존 대비 3.5배 |
| 레이저 감소 비율 | 기존 대비 4배 |
| 스펙트럼-X 대역폭 | 409.6 Tb/s |
| 퀀텀-X 처리량 | 115 Tb/s (144포트 x 800 Gb/s) |
| 루멘텀 분기 매출 | 6억 6,550만 달러(약 9,650억 원) |
|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 전망 | 2024년 33억 달러 → 2037년 약 1,000억 달러 |
루멘텀은 1,311nm 파장 광선을 방출하는 레이저 모듈을 공급하며, 이는 CPO 시스템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코히런트는 CPO 트랜시버를 담당한다. 짐 앤더슨(Jim Anderson) 코히런트 CEO는 “이 새로운 트랜시버 폼팩터에서 엔비디아의 협력 파트너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CPO가 데이터센터 내 광 네트워킹의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기술은 세계 최초 1.6 Tb/s CPO를 구현하며, 마이크로 링 변조기(MRM) 기술을 기반으로 TSMC 공정에서 제조된다.
GPU 넘어 광 네트워킹까지 수직 통합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를 통해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으로 지배력을 확장한다. 핵심 제품은 두 가지다.
첫째, 스펙트럼-X(Spectrum-X) 포토닉스 플랫폼이다. 409.6 Tb/s 대역폭을 제공하며 2026년 하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둘째, 퀀텀-X(Quantum-X) 인피니밴드 스위치다. 115 Tb/s 처리량에 144포트, 포트당 800 Gb/s를 지원하며 2026년 초 출시된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명확하다. GPU 칩에서 시작해 네트워킹 스위치, 그리고 이제 광학 부품까지 AI 데이터센터의 모든 핵심 구성요소를 자사 생태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 칩 판매를 넘어 AI 인프라 전체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공급 전략의 완성에 해당한다.
제이크 실버만(Jake Silverman)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의 확장 계획이 이제 덜 위험해 보인다”며 “이 계약으로 루멘텀은 CPO용 초고출력 레이저의 핵심 공급업체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게 되며, 엔비디아가 광트랜시버 및 CPO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복수 제품군에서 지속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발표 직후 루멘텀 주가는 8% 이상, 코히런트 주가는 13% 이상 급등했다. 실리콘 포토닉스 관련 기업인 포엣 테크놀로지스(POET Technologies)도 동반 상승하며, 광 네트워킹 섹터 전반의 수혜 기대감이 확산됐다.
엔비디아는 이번 투자 직전인 2026년 2월 27일 오픈AI의 1,100억 달러(약 159조 5,000억 원) 펀딩 라운드(기업가치 7,300억 달러, 약 1,058조 5,000억 원)에도 참여한 바 있다.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공격적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2024년 약 33억 3,000만 달러(약 4조 8,000억 원)에서 2037년 약 998억 8,000만 달러(약 144조 8,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29.6%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 시장이다.
광통신 산업의 기회와 과제
엔비디아의 40억 달러 포토닉스 투자는 한국 반도체·광통신 산업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
우선 한국의 오이솔루션, 빛과전자(구 라이트론), 쏘닉스 등 광통신 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CPO 수요 증가의 간접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의 직접 공급망에는 미국 기업이 우선이므로, 한국 기업은 2차·3차 공급망 진입을 위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
삼성 파운드리의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 투자도 시급해졌다. 세계 최초 1.6 Tb/s CPO가 TSMC 공정으로 제조되면서, TSMC와 인텔이 실리콘 포토닉스 공정에 적극 투자하는 반면 삼성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기술 격차 확대가 우려된다.
한편 CPO의 전력 3.5배 절감 효과는 한국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도 광 네트워킹 도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데이터 전송 솔루션을 연구 중이며, 이번 투자가 관련 연구개발 투자 확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비독점 계약 구조라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향후 엔비디아가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할 때 한국 기업에도 진입 가능성이 열린다.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이 2037년까지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30배 성장할 전망인 만큼, ETRI 등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조기 산업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는 AI 인프라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GPU 성능 경쟁을 넘어 데이터센터 내부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이 AI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409.6 Tb/s 대역폭의 스펙트럼-X 플랫폼이 2026년 하반기 출시되면, AI 팩토리의 규모와 효율성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기가와트급 AI 팩토리’라는 젠슨 황의 비전이 실리콘 포토닉스라는 구체적 기술 경로를 확보한 셈이다. 광 네트워킹을 둘러싼 기업 간 투자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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