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이 4월 20일 차기 CEO로 존 테르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VP)을 공식 지명했다. 9월 1일 취임하며, 팀 쿡(Tim Cook)은 이사회 집행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전환한다. 테르너스는 2001년 입사 이후 25년간 아이폰, 맥, 에어팟, 애플 비전 프로를 이끈 ‘하드웨어의 장인’이다.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나드는 세계 최대 기업의 CEO 교체는 테크 업계 최대의 리더십 이벤트다.
VR 헤드셋 엔지니어에서 애플 CEO까지
존 테르너스의 경력은 기계 엔지니어로 시작됐다. 199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기계공학 전공으로 학사를 취득했으며, 대학 수영팀 선수이기도 했다. 졸업 논문은 사지마비 환자가 머리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계식 급식 보조 로봇 팔이었다—이미 학부 시절부터 ‘하드웨어로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비전이 엿보인다.
졸업 후 4년간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스(Virtual Research Systems)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설계했다.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과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다룬 이 경험은 20여 년 뒤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 개발의 기초가 됐다.
| 연도 | 주요 경력 |
|---|---|
| 1997 |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학사 졸업 |
| 1997~2001 | Virtual Research Systems VR 헤드셋 설계 |
| 2001 | 애플 입사 — 제품 디자인팀, Apple Cinema Display |
| 2013 |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VP 승진 (댄 리치오 산하) |
| 2013~2021 | AirPods, Mac, iPad 하드웨어 총괄 |
| 2021.01 |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SVP 승진 (임원진 합류) |
| 2021~2026 | iPhone·iPad·Mac·Watch·AirPods·Vision Pro 전체 하드웨어 |
| 2026.03 | MacBook Neo ($599)·iPhone 17e 발표 이벤트 주도 |
| 2026.09.01 | 애플 CEO 취임 예정 |
아이폰부터 비전 프로까지, ‘만진 제품’이 곧 애플의 역사
테르너스가 총괄한 제품 라인업은 사실상 애플의 전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워치, 에어팟, 애플 비전 프로—소비자가 손에 잡는 거의 모든 애플 기기를 그의 팀이 만들었다.
특히 중요한 두 가지 전환점이 있다. 첫째, 맥의 애플 실리콘 전환. 인텔 CPU에서 자체 설계 M 시리즈 칩으로의 역사적 전환에서 테르너스는 하드웨어 측 총책임을 맡았다. 이 전환은 맥의 성능·배터리·설계를 동시에 혁신한 결정적 기점이었다. 둘째, 애플 비전 프로 출시. VR 헤드셋 설계자 출신인 그가 25년 뒤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시대를 여는 디바이스의 하드웨어를 이끈 것은 경력의 원형회귀(full circle)라 할 만하다.
2021년 댄 리치오(Dan Riccio)가 비전 프로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SVP에서 물러나면서 테르너스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에 올랐다. 이 승진으로 그는 애플 최고 경영진(executive team)에 처음 합류했고, 이후 CEO 승계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팀 쿡 시대 15년의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시작
팀 쿡은 2011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건강 악화로 CEO에 올라 15년간 애플을 이끌었다. 취임 당시 시가총액 약 3,500억 달러였던 애플은 쿡 체제에서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아이폰 매출 극대화, 서비스 사업(앱스토어·애플TV+·애플뮤직) 확장, 공급망 최적화가 쿡 시대의 핵심 성과다.
| 역할 변경 | 인물 | 변경 전 | 변경 후 (9/1) |
|---|---|---|---|
| CEO | 존 테르너스 | SVP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 CEO |
| 집행 의장 | 팀 쿡 | CEO | Executive Chairman |
| 수석 독립 이사 | 아서 레빈슨 | 비집행 의장 (15년) | Lead Independent Director |
|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 | 조니 스로우지 | SVP 하드웨어 기술 | Chief Hardware Officer |
쿡은 집행 의장으로 전환한 뒤에도 세계 각국 정책 입안자와의 외교를 담당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반독점·앱스토어 규제 대응에서 쿡의 대인 관계 네트워크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더 버지(The Verge)는 쿡이 의장 전환 후에도 ‘애플의 트럼프 외교관(Apple’s Trump whisperer)’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니 스로우지(Johny Srouji)는 테르너스가 비운 자리를 메우며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Chief Hardware Officer)로 승격된다. M 시리즈 칩을 비롯한 애플 자체 실리콘의 설계자인 스로우지의 역할 확대는 향후 애플의 칩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하드웨어 엔지니어 CEO’의 의미
테르너스의 CEO 지명은 애플의 향후 전략 방향에 대한 강력한 신호다. 쿡이 ‘운영·공급망·재무’의 CEO였다면, 테르너스는 ‘제품·기술·혁신’의 CEO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는 잡스 이후 잠시 약해졌던 ‘제품 중심 리더십’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는 25년간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며 ‘그림자 속의 리더’로 일해왔다. WWDC·제품 발표 이벤트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 ‘조용한 리더십’이 월가와 미디어의 관심이 쏟아지는 CEO 자리에서 어떻게 작동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한국 IT 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 IT 산업에 직접적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부품 공급사는 애플의 핵심 협력사다. CEO 교체는 공급망 전략·제품 로드맵·가격 협상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테르너스가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은 부품 기술력에 대한 요구 수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의 경쟁 구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테르너스가 이끄는 애플이 하드웨어 혁신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삼성도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599 맥북 네오 같은 파격적 가격대 진출이 테르너스 체제의 서막이라면, 가격·성능 양면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조니 스로우지의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 승격은 애플 실리콘의 차세대 전략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뜻이다. TSMC와의 협력 심화, 3나노·2나노 공정 전환 일정, 메모리 패키징 전략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애플의 CEO 교체는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테크 공급망 전체에 울리는 지각 변동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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