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6에서 중국 고객으로부터 H200 GPU 주문을 확보했으며, 미국 정부 수출 허가도 획득해 생산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3사가 총 40만 개 이상의 H200 구매를 승인받았으며, 미국 정부는 매출의 25%를 징수하는 조건부 수출을 허용했다. 1년 넘게 얼어붙었던 엔비디아의 대중국 AI 칩 공급망이 다시 가동되면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HBM3e 수요 확대 신호가 켜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황 CEO는 “우리는 중국의 많은 고객에 대해 H200 라이선스를 획득했다”며 “주문서(purchase order)를 받았고, 현재 생산을 재개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미국 수출 규제로 인해 1년 이상 중단했던 대중국 AI 칩 공급망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선언으로, AI 반도체 시장 전체에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수출 규제 완화의 배경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중국에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왔다. 엔비디아의 A100, H100이 차례로 수출 금지 목록에 올랐고, 중국 전용으로 성능을 낮춘 A800, H800마저 2023년 말 추가 규제 대상이 됐다. 한때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던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사실상 봉쇄됐다. 그러나 2025년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6년 1월 15일 자로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심사 기준을 기존의 ‘원칙적 거부(presumption of denial)’에서 ‘개별 심사(case-by-case review)’로 변경하는 새 규칙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H200과 AMD MI325X 등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수출이 조건부로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황 CEO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고 기술에 대한 리더십과 접근성을 유지하되, 불필요하게 글로벌 시장을 양보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기술 패권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기업의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반영한다.
조건부 수출: 매출 25% 징수, 물량 50% 상한
이번 H200 대중국 수출에는 전례 없는 조건이 붙었다. 첫째,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의 ‘기술 사용료’인 셈이다. 둘째, 중국 수출 물량은 미국 내 판매량의 50%를 초과할 수 없는 상한선이 적용된다. 셋째, 모든 수출 물량은 미국 내 제3자 독립 연구소에서 성능 사양 검증을 거쳐야 하며, 넷째 수입업체는 충분한 보안 절차를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수출자는 미국 내 충분한 공급이 보장되며, 대중국 생산이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인증해야 한다.
| 항목 | 내용 |
|---|---|
| 수출 대상 칩 | 엔비디아 H200 (호퍼 아키텍처) |
| 정책 전환일 | 2026년 1월 15일 (BIS 규칙 공표) |
| 매출 징수율 | 판매 수익의 25% 미국 정부 납부 |
| 물량 상한 | 미국 내 판매량의 50% 이하 |
| 승인 중국 기업 |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
| 승인 물량 | 총 40만 개 이상 |
| 개당 가격 | 약 2만 7,000달러(약 3,915만 원) |
| 추정 매출 규모 | 약 108억 달러(약 15조 6,600억 원) |
H200, H100 대비 메모리 76% 확대…추론 성능 핵심
H200은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GPU로, H100의 후속 제품이다. 가장 큰 차별점은 메모리다. H100이 80GB HBM3 메모리에 3.35TB/s 대역폭을 제공하는 반면, H200은 141GB HBM3e 메모리에 4.8TB/s 대역폭을 탑재해 메모리 용량이 76%, 대역폭이 43% 증가했다. 연산 코어(텐서 코어) 수는 동일하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추론 작업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해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엔비디아 공식 벤치마크에 따르면 H200은 라마2 70B(Llama 2 70B) 모델 추론에서 초당 3만 1,000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해 H100 대비 약 45%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점은 에너지 효율이다. H200은 H100과 동일한 700W 전력 소비 내에서 작동하면서도 LLM 작업 시 에너지 사용량을 약 50% 절감하며, 총소유비용(TCO) 역시 50% 감소한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딥시크(DeepSeek) 등 자체 AI 모델의 추론 서버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H200은 블랙웰 세대보다 성능은 낮지만 가격 대비 효율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중국 빅테크 3사, 40만 개 구매 승인…실제 출하는 미지수
중국 당국은 1월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바이트댄스(ByteDance),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3사에 H200 구매를 승인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3사가 승인받은 물량은 총 40만 개 이상이며, 개당 약 2만 7,000달러(약 3,915만 원)를 기준으로 총 약 108억 달러(약 15조 6,6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는 각각 20만 개 이상의 주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출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레트 크레스(Colette Kress)는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실적 전망에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수입 허가 조건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설정해 실제 주문 전환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의 자체 AI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지원하는 기조가 강해지면서, H200 수입에 대한 정치적 저항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GTC 2026: 1조 달러 수주 전망과 베라 루빈 로드맵
젠슨 황은 같은 날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전체 사업 전망도 제시했다. 블랙웰(Blackwell)과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칩을 통해 2027년까지 누적 1조 달러(약 1,450조 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추정치 5,000억 달러의 2배에 해당한다. 황 CEO는 이 전망이 블랙웰과 루빈 시스템 판매만 반영한 것이며, CPU 전용 시스템이나 스토리지 제품 매출은 별도라고 강조했다.
H200 대중국 수출 재개는 이러한 1조 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중국 시장은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의 약 15~20%를 차지하며,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로컬 칩 업체에 시장을 통째로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 HBM3e 수요 확대
H200 대중국 수출 재개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H200에 탑재되는 141GB HBM3e 메모리의 주요 공급업체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12단 HBM3e를 독점 공급하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구글·AMD 등에 HBM3e를 공급하면서 엔비디아 물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양사는 2026년 HBM3e 공급 가격을 전년 대비 약 20% 인상할 계획이며, H200 수출 물량 40만 개가 실제 출하될 경우 추가적인 HBM3e 수요가 발생한다. KED글로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엔비디아 H200 대중국 수출 승인으로 수조 원 규모의 추가 매출 기회를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출하 시점과 물량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기대감보다 관망세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반도체 갈등의 향방이 한국 HBM 산업의 중장기 성장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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