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의 대런 모리 부사장이 두 유형의 AI 스타트업에 경고등을 켰다. LLM 래퍼와 AI 어그리게이터는 기반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차별화 가치가 소멸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에서도 뤼튼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 경고의 현실성을 보여준다.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스타트업 담당 대런 모리(Darren Mowry) 부사장이 테크크런치 에퀴티 팟캐스트에서 AI 스타트업 업계에 ‘체크 엔진 라이트(check engine light)’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그가 구글 클라우드, 딥마인드, 알파벳 전반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수천 개의 AI 스타트업을 관찰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모리는 생존이 어려운 두 유형의 AI 스타트업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2025년 글로벌 AI 투자가 2,023억 달러(약 29조 3,335억 원)로 전년 대비 75% 이상 급증했지만, 동시에 시리즈 A 단계 폐업 건수도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첫째, LLM 래퍼는 ‘얕은 해자’의 함정
모리가 지목한 첫 번째 유형은 LLM 래퍼(wrapper)이다. 오픈AI의 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API로 호출하고, 그 위에 사용자 경험(UX)을 씌워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모리는 “백엔드 모델이 모든 일을 하도록 의존하고, 사실상 그 모델을 화이트라벨링하고 있다면, 업계는 더 이상 그런 것에 인내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기반 모델이 스마트해질수록 래퍼가 제공하던 부가가치는 빠르게 사라진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AI 래퍼 스타트업의 80%가 2026년까지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모리는 커서(Cursor)와 하비 AI(Harvey AI)처럼 깊은 도메인 전문성을 갖춘 래퍼는 예외라고 했다. 그는 “수평적으로 차별화되거나 특정 버티컬 시장에 정말 특화된 깊고 넓은 해자를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어그리게이터는 ‘중간자 소멸’ 위기
| 항목 | LLM 래퍼 | AI 어그리게이터 |
|---|---|---|
| 정의 | 기존 LLM 위에 UX를 씌운 서비스 | 여러 LLM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 |
| 위기 원인 | 기반 모델 고도화로 차별화 소멸 |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기능 확장 |
| 역사적 유사 사례 | – | 2000년대 AWS 재판매 스타트업 퇴출 |
| 생존 조건 | 깊은 도메인 전문성 | 독자적 기술 차별화 필수 |
| 폐업 전망 | 80%가 2026년까지 소멸 | 마진 압박으로 퇴출 가속 |
두 번째 유형은 AI 어그리게이터이다. 여러 LLM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나 API 레이어로 집계하고, 쿼리를 여러 모델에 라우팅하며 모니터링·거버넌스 도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모리는 “어그리게이터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직설적으로 조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AI, 아마존의 베드락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가 멀티모델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을 직접 구축하면서 중간자 역할이 불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대 후반 AWS 인프라를 재판매하던 스타트업들이 아마존의 직접 서비스 확장으로 퇴출된 패턴과 유사하다.
실제로 2025년 AI 분야에서 782건의 인수합병이 발생해 전년 대비 1.5배 늘었다. 13억 달러(약 1조 8,850억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빌더 AI(Builder.ai)는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15억 달러(약 2조 1,750억 원)를 유치한 인플렉션 AI(Inflection AI)는 사실상 붕괴했다. 글로벌 AI 펀딩의 58%가 5억 달러 이상 메가라운드에 집중되면서, 소규모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AI 스타트업, ‘뤼튼 사태’가 보여주는 현실
한국에서도 이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LLM 래퍼 기업인 뤼튼(Wrtn)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의 모델을 API로 활용해 검색·문서·캐릭터 챗 서비스를 제공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사용자 증가에 비례해 API 비용이 급증하면서 연간 2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대규모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2025년 9월 사내독립기업 ‘뤼튼 AX’를 설립해 기업 간 거래(B2B) AI 전환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업스테이지(Upstage)는 자체 경량 LLM ‘솔라(SOLAR)’를 개발하고 B2B 시장에 특화해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의 2,139억 원 규모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팀 중 유일한 스타트업이다. 카카오도 자체 LLM ‘카나나(Kana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독자 모델 확보에 나섰다.
한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2025년은 파티 후 청구서를 받은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은 ‘증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LLM 시장이 2025년 12억 8,000만 달러(약 1조 8,560억 원)에서 2034년 59억 4,000만 달러(약 8조 6,130억 원)로 연평균 3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AI 스타트업도 ‘빠른 모방’에서 ‘독자적 혁신’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 모리의 경고대로 깊은 해자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에게 업계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