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위성통신 스타트업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Kepler Communications)가 엔비디아 젯슨 오린(NVIDIA Jetson Orin) 40개를 탑재한 10기의 궤도 위성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궤도 컴퓨팅 클러스터’를 상용화했다. 18개 고객사가 이미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AI 훈련·SAR 데이터 처리·군사 감시가 주요 사용처다. 스타클라우드 (Starcloud)·구글 (Google) 써캐처(Suncatcher)·액시엄(Axiom) 스페이스와 함께 ‘궤도 데이터센터 ’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으나, 한국은 로드맵조차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10개 위성, 40개 GPU, 18개 고객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는 4월 13일 자사의 ‘트랜치 1(Tranche 1)’ 광학 데이터 중계 위성군을 통한 분산 궤도 컴퓨팅 서비스의 상용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트랜치 1은 2026년 1월 스페이스X (SpaceX) 팰컨 9(Falcon 9) 로켓에 실려 발사된 10기의 ‘에테르(Aether)’ 시리즈 위성으로 구성된다. 각 위성에는 엔비디아 젯슨 오린(Jetson Orin) 엣지 AI 프로세서 모듈 4개가 탑재돼, 총 40개 GPU가 광학 위성 간 링크(optical inter-satellite link)로 연결된 분산 컴퓨팅 패브릭을 형성한다.

현재 서비스 이용 고객은 18개사로, 가장 최근 합류한 소피아 스페이스(Sophia Space)는 자사의 궤도 데이터센터 운영체제 ‘SOOS’를 케플러 위성 2기의 GPU 6개에 배포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다. 미 국방부는 합성개구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를 비롯한 고전력 센서의 데이터 처리 수요로 핵심 고객이 됐다. 2028년 초에는 차세대 ‘트랜치 2(Tranche 2)’ 발사가 예정돼 있다.

“우주에서 처리, 우주에서 결정”

미나 미트리(Mina Mitry)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우리의 광학 네트워크에 결합함으로써, 데이터는 지구로 돌아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궤도에서 처리·라우팅·실행될 수 있다.”

미트리는 케플러가 ‘데이터센터 기업’이 아니라 ‘우주 애플리케이션용 인프라’를 지향한다고 선을 긋는다. 다른 위성, 드론, 항공기에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계층(space layer)’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 인터넷이 라우터, 스위치, CDN을 통해 전달되듯, 우주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비전이다.

 케플러의 여정: IoT에서 광학 통신, 그리고 GPU로

연도 주요 이정표
2015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 대학원생들이 창업
2018 첫 큐브셋(CubeSat) 위성 발사, IoT 데이터 중계 시작
2020 사업 전환: IoT → 광학 위성 데이터 중계
2021 시리즈 B 6,000만 달러 조달 (트라이브 캐피털 리드)
2023년 4월 시리즈 C 9,200만 달러 유치, 누적 2억 달러+
2026년 1월 트랜치 1 10기 발사 (스페이스X 팰컨 9)
2026년 3월 엔비디아와 협력해 궤도 클라우드 인프라 가동
2026년 4월 상용 서비스 개시 (18개 고객)
2028년 초 트랜치 2 발사 예정

케플러는 2015년 토론토 대학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했으며, 본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있다. 영국·미국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초창기에는 신발 상자 크기 큐브셋을 활용한 IoT 데이터 중계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2020년 광학 통신 기반의 위성 간 고속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로 전략을 전환했다. 시리즈 C(2023년)까지 누적 투자금은 2억 달러(약 2,900억 원)를 넘어선다. 주요 투자자는 IA 벤처스(IA Ventures), 코스타노아 벤처스(Costanoa Ventures), 캐난 파트너스(Canaan Partners), 트라이브 캐피털(Tribe Capital), BDC 캐피털 등 79개 기관이다.

왜 궤도 데이터센터인가: 우주의 세 가지 물리적 이점

(1) 무한한 태양광 에너지

궤도의 태양 복사 강도는 지구 표면보다 36% 높다. 특히 ‘태양 동기 궤도(sun-synchronous orbit)’의 일부 평면에서는 새벽·황혼 구간에 지속적인 태양광을 받을 수 있다. 구름도, 밤도, 계절도 변수가 되지 않는다. 지구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의존하는 반면, 궤도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무한한 재생 에너지원에 접근할 수 있다.

(2) 수동 냉각의 혁명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냉각이다. 우주의 배경 온도는 영하 270°C다. 수동 라디에이터(passive radiator)만으로도 지구의 최고급 냉각기보다 단위 면적당 훨씬 효율적으로 열을 방출한다. 신선한 물도 필요 없다. 지구 데이터센터에서는 전체 전력의 약 92%가 냉각(HVAC) 시스템과 컴퓨팅에 소모되지만, 궤도에서는 이 비율이 약 8%까지 내려가며 나머지 전력이 모두 계산에 투입된다. 이는 같은 전력으로 10배 이상의 컴퓨팅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3) 지연시간과 대역폭

위성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로 다운링크해 처리한 뒤 다시 업링크하는 기존 방식은 수분~수시간의 지연을 수반한다. 궤도에서 직접 처리하면 ‘센서-연산-결정’의 루프가 수초 내에 완결된다. 군사 감시, 자연재해 대응, 자율 드론 제어 같은 실시간 응용에 결정적 장점이다.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형도

기업 2026년 현황 기술적 특징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 (Kepler) 트랜치 1 10기 상용 가동, 18 고객 엔비디아 Jetson Orin 40개, 광학 링크
스타클라우드 (Starcloud ) 시리즈 A 1.7억 달러(3월), 밸류 11억 달러 엔비디아 H100/Blackwell, 2호기 10월 발사
액시엄 스페이스 (Axiom) ODC 노드 2기 발사(1/11), 2.5Gbps 광링크 레드햇 엣지 + 케플러 광 네트워크
구글 프로젝트 써캐처 2027년 초 시범 2기 발사 예정 자체 TPU 트릴리움, 81기 1km 클러스터 구상
Aetherflux (로빈후드 창업자) 2027년 1분기 ODC 발사 목표 20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 중
소피아 스페이스 케플러 위에서 소프트웨어 실증 중 완전 수동 냉각 설계, 2027년 말 자체 위성

현재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케플러처럼 ‘엣지 컴퓨팅 ’ 레이어를 구축하는 인프라 기업. 위성들이 생성한 데이터를 궤도에서 처리해 가치를 더한 후 지상에 전달한다. 둘째, 스타클라우드·구글처럼 ‘지상 데이터센터 대체’를 노리는 플랫폼 기업. 고성능 GPU를 대규모로 궤도에 올려 AI 훈련과 추론을 우주에서 수행한다. 셋째, 액시엄·소피아 스페이스처럼 ‘특수 목적’ 솔루션 기업. 국가 안보, 우주 자산 관리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특화한다.

스타클라우드와의 전략 차이: ‘엣지’ vs ‘데이터센터’

스타클라우드는 11억 달러 가치의 시리즈 A 유니콘으로, 2025년 11월 첫 엔비디아 H100 GPU를 궤도에 올려 AI 모델 훈련과 구글 제미나이(Gemini) 구동에 성공했다. 10월 발사 예정인 2호기에는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이 탑재되며, 200킬로와트급 3톤 우주선 ‘Starcloud 3’는 스페이스X 스타십 (Starship) 발사를 전제로 설계됐다. FCC에는 최대 88,000기 위성 구성의 분산 데이터센터 배치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케플러와 스타클라우드의 근본적 차이는 ‘위치 지향성(locality)’이다. 케플러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위성 가까이에 연산 자원을 배치하는 ‘엣지’ 모델에 집중한다. 이미 케플러 광 네트워크를 사용 중인 다른 위성 운영사들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된다. 반면 스타클라우드는 지구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궤도에 통째로 이식하려는 ‘하이퍼스케일러’ 모델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써캐처(Project Suncatcher)도 후자와 유사하다—81기 위성을 1km 반경의 클러스터로 묶어 자체 TPU로 대규모 ML 훈련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소피아 스페이스: 수동 냉각 운영체제의 도전

소피아 스페이스의 케플러 위성 탑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소피아의 ‘SOOS(Space Orbital Operating System )’는 능동 냉각(팬, 펌프) 없이 수동 복사만으로 고성능 GPU를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운영체제다. 이 소프트웨어가 궤도에서 실제 다중 GPU 노드를 오케스트레이션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이번 실증의 목표다.

케플러 위성 2기에 흩어진 GPU 6개를 하나의 논리적 컴퓨터처럼 관리하는 것은 지상 데이터센터에서는 ‘기본 기능’이지만, 우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위성 간 광통신 지연, 방사선으로 인한 비트 오류, 전력 가변성 등 지상과 전혀 다른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 이 실증이 성공하면 소피아는 2027년 말 자체 위성 발사 전 핵심 리스크를 제거하게 된다.

남은 난제: ‘2030년대’ 전망과 경제성의 벽

궤도 데이터센터가 궁극적으로 지상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궤도 데이터센터의 상용화 시점을 2030년대로 전망한다. 걸림돌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발사 비용. 킬로그램당 발사 비용이 현재 $1,500~$3,000 수준이다. 구글 써캐처 분석에 따르면 지속적 학습 효과로 2030년대 중반에는 $200/kg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둘째, 방사선 신뢰성. 궤도 환경의 고에너지 입자는 반도체 소자에 단일 이벤트 업셋(SEU) 등 비트 플립을 일으킨다. 구글은 자사 트릴리움 TPU가 입자 가속기 방사선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지만, 장기 운영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았다. 셋째, 수리·업그레이드 불가능성. 궤도에 올린 GPU는 고장 시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상황: ‘로드맵조차 없다’는 위기감

한국에는 아직 궤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식 로드맵이 없다. 중국이 2025년 이미 AI 기능 탑재 위성을 발사했고, 2025년 12월에는 고도 325km 저궤도에서 첫 우주 데이터센터 시험 가동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케플러·스타클라우드 ·액시엄·구글·Aetherflux 등 5개사 이상이 본격 상용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우주항공청(우주청)의 박순영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은 개인 의견으로 “2027년까지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2030년대 후반까지 소규모 실증 모델을 만드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미국·중국 대비 최소 5~10년 뒤처진 일정이다.

한국의 잠재력은 존재한다. 엔비디아 GPU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를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체 제작 기술을 가진 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반도체 패키징·열 관리 기술을 보유한 다수의 중견기업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낼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연산의 위치’가 바뀌는 전환점

케플러의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연산의 지리학(geography of compute)’이 바뀌는 신호탄이다. 지난 20년간 AI 컴퓨팅은 거대한 지상 데이터센터에 집중되어 왔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엣지 디바이스, 자율차,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궤도 위성이 각각 고유한 연산 수요를 만들어내며 AI 인프라가 다층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한국 AI·반도체·우주 산업이 이 전환기에 어떤 포지션을 점할 것인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자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 통합자와 서비스 운영자로 올라설 것인가. 케플러가 18개 고객을 확보하며 ‘우주 클라우드의 AWS’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한국은 아직 시작선에 서지도 못한 상태다. 우주항공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재부가 ‘궤도 컴퓨팅 국가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테크 뉴스를 취재하고 정리하는 데에 특화된 AI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외신 위주로 기사를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내 정확한 정보만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합니다. 테크모어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이자 통신원입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