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시애틀 AI 스타트업 버셉트(Vercept)를 인수하며 컴퓨터 사용 AI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 공동창업자 한 명이 메타에 3,625억 원 조건으로 이적한 직후 단행된 방어적 인수다. AI 에이전트 시장이 2026년 118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RPA 산업의 근본적 재편이 시작됐다.
앤트로픽이 시애틀 기반 AI 스타트업 버셉트를 인수했다고 2월 25일 공식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비공개이나, 버셉트는 총 5,000만 달러(약 725억 원)를 투자받은 기업이다. 버셉트의 9인 팀 전원이 앤트로픽에 합류하며, 공동창업자 키아나 에사니(Kiana Ehsani) CEO, 루카 바이스(Luca Weihs), 로스 기르시크(Ross Girshick)가 클로드의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에 투입된다.
앤트로픽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를 복잡한 작업 완수에 진정으로 유용하게 만들려면, 기계가 소프트웨어를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이번 인수는 2025년 12월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번(Bun) 인수에 이은 두 번째 인수합병이다. 시리즈G에서 300억 달러(약 43조 5,000억 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3,800억 달러(약 551조 원)를 기록한 앤트로픽이 IPO를 앞두고 공격적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다.
컴퓨터 자동화 92%, 오픈AI의 5배
버셉트는 앨런인공지능연구소(AI2) 인큐베이터 A12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공동창업자 전원이 AI2 출신 연구원으로, 로보틱스와 체화된 AI(embodied AI)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버셉트의 제품 ‘바이(Vy)’는 맥(Mac) 기반 컴퓨터 사용 AI 에이전트로, 기존 자동화 도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API나 스크립트에 의존하는 기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와 달리, 컴퓨터 비전 AI로 화면을 직접 ‘보고’ 해석하여 조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투게더AI(Together AI)와의 파트너십에서 버셉트는 컴퓨터 자동화 벤치마크 92% 정확도를 달성했다. 같은 벤치마크에서 오픈AI가 18.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하는 성능이다.
버셉트는 또한 5배 성능 향상과 30% 비용 절감이라는 기술 성과도 내세웠다. 2025년 1월 시드라운드에서 1,600만 달러를 확보하며 기업가치 6,700만 달러를 인정받았고, 에릭 슈미트(전 구글 CEO), 제프 딘(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 카일 보그트(크루즈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핵심 인사들이 엔젤 투자에 참여했다. 키아나 에사니 CEO는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인수 소식을 알리며 “버셉트가 총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버셉트의 외부 제품 바이는 3월 25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며, 이용자에게 클로드로의 전환을 안내하고 있다.
메타의 3,625억 원 인재 쟁탈전이 인수를 촉발하다
이번 인수의 이면에는 AI 업계의 치열한 인재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버셉트의 공동창업자 맷 다이키(Matt Deitke)는 2025년 중반 메타(Meta)의 초지능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로 이적했다. 메타가 제시한 조건은 4년간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로, 단일 연구원에 대한 보상으로는 역대급 규모다. 다이키는 AI2에서 다국어 비전-언어 모델 몰모(Molmo)와 3D 오브젝트 데이터셋 오브자버스(Objaverse) 등 주요 프로젝트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
핵심 창업자의 이탈은 버셉트의 독자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고, 앤트로픽의 인수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남은 지적재산권과 팀 결속력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인수 성격이 짙다. 투자자 간 갈등도 불거졌다. 공동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오렌 에치오니(AI2 창립 디렉터)는 링크드인에서 리드 투자자 세스 배넌(A12)을 공개 비난하며, 배넌이 “버셉트의 적절한 비즈니스 인력 채용 실패에 부분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거짓말과 법적 위협 등 상호 비난을 교환했다. 에치오니는 투자 원금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고 밝혔으나, 앤트로픽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클로드 코워크와 RPA의 종말
앤트로픽은 버셉트 인수를 통해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2026년 1월 출시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는 비개발자 지식노동자를 위한 범용 AI 에이전트 도구로, 로컬 파일 접근과 웹 브라우징, 플러그인 생태계를 지원한다. 2월 24일에는 구글 워크스페이스, 도큐사인(DocuSign), 워드프레스 등 13개 MCP 커넥터를 추가하며 HR, 금융, 법무, 디자인, 엔지니어링 영역으로 확장했다.
케이트 젠슨(Kate Jensen) 앤트로픽 엔터프라이즈 담당은 “2025년은 에이전트가 기업을 변혁하는 해가 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 시기상조의 과대광고로 밝혀졌다. 노력의 실패가 아니라 접근법의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엔지니어들이 클로드 코드를 없이는 살 수 없는 도구로 생각하듯, 모든 지식노동자가 코워크에 대해 그렇게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클로드 소네 4.6의 OSWorld 벤치마크 점수는 72.5%로, 2024년 말 15% 미만에서 대폭 향상되며 인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 항목 | 내용 |
|---|---|
| 인수 대상 | 버셉트(Vercept), 시애틀 기반 AI 스타트업 |
| 인수 금액 | 비공개 (총 투자유치 5,000만 달러) |
| 팀 규모 | 9명 전원 앤트로픽 합류 |
| 핵심 기술 | 컴퓨터 비전 기반 화면 인식·조작 AI |
| 벤치마크 성능 | 컴퓨터 자동화 92% (오픈AI 18.3%) |
| OSWorld 점수 | 클로드 소네 4.6 기준 72.5% |
| 제품 종료일 | 2026년 3월 25일 (바이 서비스 종료) |
| 앤트로픽 기업가치 | 3,800억 달러(약 551조 원) |
기존 RPA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앤트로픽의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발표 직후 소프트웨어 산업 ETF가 하루 6% 하락했고,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는 16% 급락하며 역대 최대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리걸줌(LegalZoom)은 20%, 팩트셋(FactSet)은 10% 이상 빠졌다. RPA 시장의 대표 기업 유아이패스(UiPath) 주가는 2026년 1월에만 23.2% 하락했으며, 버셉트 인수 발표 후 추가로 3.6% 빠졌다.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2025년 76억~80억 달러에서 2026년 109억~1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3~47% 성장이 전망되며, 2033년까지 1,830억~2,51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트너(Gartner)는 2026년 말까지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AI 에이전트를 내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5% 미만에서 8배 증가하는 수치다.
한국 기업, AI 에이전트 시대 대비 시급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시사점은 분명하다. 국내 에이전틱 AI 시장은 2025년 2조 원에서 2030년 61조 원으로 연평균 175%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1년 내 AI 에이전트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삼성SDS 브리티 RPA, 솔트룩스, 그리드원 등 국내 기업은 이미 기존 RPA에서 AI 에이전트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앤트로픽의 버셉트 인수는 컴퓨터 비전 기반 AI가 API 의존 RPA를 대체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클로드 코워크의 플러그인 확장으로 톰슨로이터(-16%), 팩트셋(-10%) 등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급락한 것처럼,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도 AI 에이전트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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