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스스로 확보하기 위해 2019년부터 시작한 ‘반도체 맨해튼 프로젝트’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규제를 이겨내고,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직접 만들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2025년 초, 중국은 선전의 연구시설에서 EUV 시제품을 완성하고 현재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이라는 아주 세밀한 빛을 사용해 실리콘 판(웨이퍼) 위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기술이다. 5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이 장비를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하고 있어,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 자립이 절실했다.

2019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기술 자립을 위한 대규모 계획으로, ASML 출신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들은 신분을 숨긴 채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했으며, 오래된 ASML 장비 부품을 분해해 구조를 파악하는 역설계 방식을 사용했다. 또한 중고 시장이나 제3국을 통해 필요한 부품을 모았다. 특히 화웨이가 설계부터 제조, 통합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초 선전 연구소에서 완성한 EUV 시제품은 현재 장비의 핵심인 빛(광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아직 실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단계는 아니다. 중국은 2028년에 칩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2030년쯤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은 정밀한 렌즈 시스템과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 등 여러 까다로운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EUV 장비를 스스로 만들게 되면, 그동안 한국과 대만이 누려온 초미세 공정의 기술적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용 메모리와 일반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스스로 물량을 조달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