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4개 주에서 640억 달러(약 92조 8,000억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좌파 샌더스와 우파 드산티스가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외치는 초당파적 반대 물결이 2026년 중간선거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한국도 수도권 데이터센터 사업의 51.5%가 지연·무산되며 같은 궤도에 올랐다.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 추적 기관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현재 640억 달러(약 92조 8,0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된 상태다. 이 중 180억 달러(약 26조 1,000억 원) 규모는 완전히 차단되었고, 460억 달러(약 66조 7,000억 원) 규모는 공사가 지연 중이다.
24개 주에 걸쳐 최소 142개 시민단체가 데이터센터 건설 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25년 12월에는 230개 이상의 환경·지역 단체가 미국 의회에 국가 차원의 모라토리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테크 기업들이 2026년 한 해에만 3,750억~5,000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쏟아부을 계획인 가운데, ‘데이터센터 님비(NIMBY)’가 AI 산업 확장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모라토리엄 물결, 주요 사례
2025년 12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이 연방 차원의 데이터센터 건설 모라토리엄을 최초로 제안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미국 전역으로 모라토리엄 물결이 확산되었다. 뉴욕주에서는 리즈 크루거(Liz Krueger) 상원의원과 애나 켈레스(Anna Kelles) 하원의원이 3년간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내 가장 강력한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뉴올리언스 시의회는 1년간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이미 통과시켰고, 덴버시 마이크 존스턴(Mike Johnston) 시장도 2026년 2월 23일 모라토리엄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 지역 | 유형 | 내용 | 현황 |
|---|---|---|---|
| 뉴욕주 | 주 차원 법안 | 3년간 건설 허가 발급 전면 중단 | 의회 심의 중 |
| 버지니아주 | 주 차원 법안 + 소송 | 2028년 7월까지 신규 부지 신청 중단, 42개 시민단체 활동 | 의회 심의 중 |
| 조지아주 | 주 차원 법안 | 2026년 7월부터 1년간 신규 개발 금지, NDA 체결 금지 | 의회 심의 중 |
| 버몬트주 | 주 차원 법안 | 2030년 7월까지 신규 건설 동결 | 의회 심의 중 |
| 오클라호마주 | 주 차원 법안 | 100MW 이상 대상, 2029년 11월까지 모라토리엄(SB 1488) | 의회 심의 중 |
| 사우스다코타주 | 주 차원 법안 | 1년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확장 금지(SB 232) | 의회 심의 중 |
| 뉴햄프셔주 | 주 차원 법안 | 1년간 메가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 | 위원회 심의 중 |
| 뉴올리언스 | 시 차원 모라토리엄 | 1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전면 중단 | 시행 중 |
| 덴버 | 시 차원 모라토리엄 | 지역사회 프레임워크 마련 시까지 신규 건설 유예 | 추진 중 |
| 매디슨(위스콘신) | 시 차원 모라토리엄 | 지역 기술 프로젝트 반대 시위 후 건설 중단법 통과 | 시행 중 |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인 버지니아주에서는 42개 시민단체가 활동 중이며, 9억 달러(약 1조 3,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완전히 차단되고 458억 달러(약 66조 4,100억 원) 규모가 지연되고 있다. 247억 달러(약 35조 8,150억 원) 규모의 PW 디지털 게이트웨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텍사스주 산마르코스에서는 시의회가 주민 반대 끝에 15억 달러(약 2조 1,750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부결시켰고, 애리조나 웨스트밸리에서는 140억 달러(약 20조 3,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가 용도변경 거부로 철회되었다.
반대의 핵심 원인: 전력, 물, 소음, 환경
주민 반대의 가장 큰 원인은 전력과 전기요금이다. 미국 최대 전력망인 PJM 인터커넥션의 신규 최대 부하 5,250MW 증가분 중 5,100MW(97%)가 데이터센터 수요다. 예일대 청정에너지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12%를 차지할 전망이며, 이는 철강·알루미늄 등 모든 에너지 집약 제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주거용 전기요금이 2025년 약 5% 인상에 이어 2026년 추가 4%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자원 문제도 심각하다. 대형 데이터센터 1곳이 하루 최대 500만 갤런(약 1,90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인구 5만 명 도시의 일일 수요와 같은 양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수냉각 용수 소비는 2023년 170억 갤런에서 2028년 680억 갤런으로 300% 증가할 전망이다. 링컨 토지정책연구소(Lincoln Institute of Land Policy)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전 세계 신규 데이터센터의 3분의 2가 이미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조지아주 뉴턴 카운티에서는 메타(Meta) AI 데이터센터 가동 후 주민 수돗물에서 침전물과 변색이 보고되었으며, 하루 50만 갤런(카운티 전체 물 소비의 10%)을 사용하고 있다. 멤피스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xAI ‘콜로서스’ 데이터센터에서 메탄가스 터빈을 가동해 대기오염 논란이 일고 있다.
| 항목 | 수치 |
|---|---|
| 차단·지연 프로젝트 규모 | 640억 달러(약 92조 8,000억 원) |
| 반대 시민단체 수 | 24개 주, 142개 단체 |
| 전력망 신규 부하 중 데이터센터 비중 | 97%(PJM 5,250MW 중 5,100MW) |
| 2028년 전력 소비 전망 | 미국 전체의 12% |
| 수냉각 용수 증가율(2023→2028) | 300%(170억→680억 갤런) |
| 대형 센터 일일 물 사용량 | 500만 갤런(5만 명 도시 수요) |
| 2025~2026년 전기요금 인상 | 5% + 4% |
초당파적 정치 현상: 좌파도 우파도 반대한다
이 반대 운동의 가장 주목할 특징은 초당파적 성격이다. 데이터센터 반대 의견을 낸 선출직 공무원 중 공화당이 55%, 민주당이 45%를 차지한다. 전통적 좌우 대립을 넘어서는 현상이다.
좌파의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25년 12월 CNN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과정을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방 차원의 모라토리엄을 최초로 제안했다. 덴버시 모라토리엄 발표 직후에는 “몇 달 전 내가 AI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제안했을 때, 급진적이고 비주류적이며 러다이트적 발상으로 여겨졌다. 글쎄,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기업 탐욕이 일반 시민의 생활비를 끌어올린다는 프레임이다.
우파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AI 권리장전’을 제안하며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드산티스는 “여러분은 공과금에 단 한 푼도 더 내서는 안 된다. 수도, 전기, 무엇이든. 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라고 직격했다.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수자원 사용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며, 지역 주민이 건설 거부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CEO는 2026년 2월 23일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에 대한 우려는 ‘가짜(fake)’이며, 인간도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의 분석에 따르면 AI가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의 92%를 기여했다는 점에서, 모라토리엄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 미만만이 자택 근처 데이터센터를 지지하며, 18~49세 젊은 세대에서 반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수도권 님비, 전력 부족, 시흥의 교훈
미국의 모라토리엄 물결은 한국에도 직접적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이미 같은 궤도에 올라서 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33개 사업 중 17곳(51.5%)이 사업 지연 또는 무산되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인근 10조 원 규모 국가 AI 컴퓨팅센터 건설이다. 인근 배곧지구 주민단체는 “AI 데이터센터는 전자파와 열을 내뿜는 산업시설이다”라며 반대 시위를 벌여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었다. 김포 구래동에서는 주민 1만 명 서명운동으로 착공이 4년째 지연 중이고, 효성 안양 사업은 주민 반대로 완전히 철회되었다.
전력 인프라 포화 문제도 심각하다. 한전에 전기사용을 신청한 신규 데이터센터 150곳이 요청한 전력 용량은 약 9.36GW로, 기존 운영 중인 161곳의 총용량 2.57GW의 3.6배에 달한다. 대형 원전 6~7기 규모다. 운영 중인 IDC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지만 수도권 전력 공급 여력은 이미 부족하고, 송전망 확충은 주민 갈등과 인허가 문제로 수년째 답보 상태다.
전기요금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일반용 전기요금이 4년간 35% 인상되었다(kWh당 128.47원에서 172.99원).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일일 물 소비도 1.2억 리터 이상으로 전망되며, 공공 수자원에서 냉각수를 끌어오는 구조로 지역 주민과의 ‘생존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여러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인허가 간소화와 세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 주민 참여권·환경영향평가·수자원 보호·요금 전가 방지 조항이 병행되지 않으면 대규모 주민 반발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모라토리엄 물결이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의 건설 지연을 초래할 경우, 한국·아일랜드·네덜란드 등으로 수요가 전환될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 내에서도 유사한 규제 논의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 확장과 주민 권리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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