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출신 데이비드 실버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인에퍼블 인텔리전스(Ineffable Intelligence)가 시드 라운드에서 11억 달러(약 1조 5,950억 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51억 달러(약 7조 3,950억 원)로, 유럽 스타트업 역대 최대 시드 펀딩 기록이다. 인간 데이터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슈퍼러너(Superlearner)’ 개발이 목표다.
유럽 최대 시드 라운드, 11억 달러 유치
알파고(AlphaGo)를 만든 사나이가 돌아왔다.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 전 구글 딥마인드 강화학습 팀장이 2025년 11월 설립한 런던 기반 AI 스타트업 인에퍼블 인텔리전스가 27일(현지시간) 시드 라운드에서 11억 달러(약 1조 5,950억 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포스트머니 기업가치는 51억 달러(약 7조 3,950억 원)로 평가받았다. 이는 유럽 스타트업이 시드 단계에서 유치한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실버는 2026년 1월 구글 딥마인드를 공식 퇴사한 뒤 인에퍼블 인텔리전스의 디렉터로 전념하고 있다. 설립 불과 5개월 만에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과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가 공동 리드 투자자로 나섰다.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DST 글로벌(DST Global), 본드 캐피탈(BOND Capital), EQT 벤처스(EQT Ventures), 에반틱 캐피탈(Evantic Capital), 플라잉 피시 벤처스(Flying Fish Ventures),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 등이 참여했다. 특히 영국 정부의 소버린 AI 펀드(Sovereign AI Fund)와 영국 비즈니스 은행(British Business Bank)도 1,500만 파운드(약 282억 원)를 직접 투자하며 국가적 지원 의지를 보였다.
‘슈퍼러너’: 인간 데이터 없이 스스로 배우는 AI
인에퍼블 인텔리전스의 핵심 비전은 ‘슈퍼러너(Superlearner)’다. 실버는 회사의 목표를 “초지능과의 첫 접촉(to make first contact with superintelligence)”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인간 생성 데이터로 학습하는 것과 달리, 슈퍼러너는 사전 학습(pre-training)이나 인간 데이터 없이 환경과의 상호작용만으로 지식을 발견하는 시스템이다.
실버의 접근 방식은 그의 딥마인드 시절 업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알파고, 알파고 제로(AlphaGo Zero), 알파제로(AlphaZero), 알파스타(AlphaStar), 알파프루프(AlphaProof) 등 그가 이끈 프로젝트들은 모두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자기 대국(self-play)만으로 초인적 성능을 달성했다. 인에퍼블은 이 원리를 범용 AI로 확장하려 한다. 세쿼이아 캐피탈은 투자 발표문에서 “AI의 가장 큰 도약은 항상 합의를 무시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고 실버의 접근법을 평가했다.
올스타 팀 구성, 딥마인드 동문 총집결
실버 외에도 딥마인드 출신 핵심 연구자 3명이 공동 창업팀에 합류했다. 보이체흐 차르네츠키(Wojciech Czarnecki), 라세 에스페홀트(Lasse Espeholt), 오준혁(Junhyuk Oh)이다. 이들은 모두 딥마인드에서 강화학습과 자기 대국 에이전트 연구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다. 업계에서는 이 팀 구성을 “강화학습 분야 어벤저스”라 평가하고 있다.
| 항목 | 내용 |
|---|---|
| 투자 규모 | 11억 달러(약 1조 5,950억 원) |
| 기업가치 | 51억 달러(약 7조 3,950억 원) |
| 라운드 | 시드 (유럽 역대 최대) |
| 리드 투자자 | 세쿼이아 캐피탈,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
| 주요 참여사 | 엔비디아, 구글, DST 글로벌, 인덱스 벤처스, 영국 소버린 AI 펀드 |
| 설립 | 2025년 11월 (런던) |
| 핵심 기술 | 슈퍼러너 (강화학습 기반, 인간 데이터 불필요) |
| 첫 모델 공개 예정 | 2026년 하반기 |
영국 정부, 소버린 AI 펀드로 전폭 지원
영국 정부의 참여도 주목할 만하다. 4월 16일 출범한 5억 파운드(약 9,425억 원) 규모의 소버린 AI 펀드가 인에퍼블에 투자했다. 이는 펀드 출범 후 불과 11일 만의 투자 집행이다. 리즈 켄달(Liz Kendall) 과학기술부 장관은 “소버린 AI는 영국에 대한 우리의 베팅”이라며 지원 의지를 밝혔다. 카니시카 나라얀(Kanishka Narayan) AI 담당 장관은 “데이비드 실버는 세계 최고의 AI 리더 중 한 명이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AI를 국가 안보와 경제력의 핵심으로 간주하며, 단순한 ‘AI 소비국’이 아닌 ‘AI 제조국’이 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인에퍼블이 영국에 본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구속력 있는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버린 AI 유닛의 조세핀 칸트(Josephine Kant) 벤처 총괄은 “슈퍼러너를 구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창업자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제품은 없지만 기대는 최고조
주목할 점은 인에퍼블이 아직 제품도, 로드맵도, 벤치마크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브리핑에 따르면 첫 모델 결과는 2026년 하반기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억 달러라는 전례 없는 시드 자금을 확보한 것은 실버 개인의 트랙 레코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실버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기계가 바둑을 정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강화학습 분야의 약 800 ELO 점수 도약을 이끌었다.
한편 실버는 인에퍼블 지분에서 발생하는 개인 수익 100%를 파운더스 플레지(Founders Pledge)를 통해 고영향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파운더스 플레지 측은 이를 “역사상 가장 큰 서약”이라 평가했으며, 기부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AI 생태계에 던지는 시사점
인에퍼블 인텔리전스의 등장은 현재 LLM 중심으로 편향된 글로벌 AI 투자 지형에 변화를 예고한다. 강화학습 기반 범용 AI라는 대안적 경로에 세쿼이아, 엔비디아, 구글 같은 거물들이 조 단위 베팅을 한 것은, ‘LLM 이후’의 AI 패러다임이 열릴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은 LLM 파인튜닝과 응용에 집중해왔으나, 강화학습 기반 자율 학습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축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국이 소버린 AI 펀드로 자국 AI 기업을 신속히 지원하는 모습은, 한국의 국가 AI 펀드 운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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