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이 AI 단백질 언어모델로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펩타이드 센서를 설계해, 소변 검사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길을 열었다. 미국 정부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100달러짜리 가정용 암 검진 키트 개발에 2,132억 원을 투자한다.
MIT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공동 연구팀이 AI 단백질 언어모델 클리브넷(CleaveNet)을 개발해, 암세포에서 과활성화되는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에 최적 반응하는 펩타이드 센서 설계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26년 1월 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AI가 설계한 펩타이드를 코팅한 나노입자를 체내에 투입하면, 암 관련 프로테아제가 펩타이드를 절단하고, 그 신호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최종적으로 임신테스트기와 유사한 종이 스트립으로 결과를 판독하는 방식이다.
10조 개 조합에서 최적 서열을 찾다
클리브넷의 작동 원리는 대형 언어모델(LLM)이 텍스트를 예측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텍스트 대신 아미노산 시퀀스를 예측하여, 표적 프로테아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펩타이드를 설계한다.
10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의 가능한 조합은 10조 개(10 trillion)에 달한다. 인간이 실험실에서 하나씩 시도하기에는 불가능한 규모다. 클리브넷은 약 2만 건의 펩타이드-프로테아제 상호작용 데이터를 학습해 이 방대한 탐색 공간에서 최적 서열을 찾아냈다. 특히 매트릭스 메탈로프로테이나제(MMP) 계열, 그 중에서도 MMP13에 대해 높은 선택성과 효율성을 입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카르멘 마르틴-알론소(Carmen Martin-Alonso) 앰플리파이어 바이오(Amplifyer Bio) 창립 과학자는 “이 새로운 서열들은 실제로 효율적이면서도 선택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였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클리브넷이 기존에 관찰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절단 프로파일(cleavage profile)을 가진 펩타이드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분자를 창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테아제, 암의 ‘지문’을 읽다
인간 게놈에는 약 600종의 프로테아제가 코딩되어 있다. 암세포는 특정 프로테아제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는데, 이것이 곧 암의 ‘지문’ 역할을 한다.
| 항목 | 내용 |
|---|---|
| 기술명 | 클리브넷(CleaveNet) — AI 단백질 언어모델 |
| 검출 방식 | 나노입자 코팅 펩타이드 → 프로테아제 절단 → 소변 배출 → 종이 스트립 판독 |
| 학습 데이터 | 약 2만 건의 펩타이드-프로테아제 상호작용 |
| 탐색 공간 | 10조 개 아미노산 조합 |
| 표적 효소 | 매트릭스 메탈로프로테이나제(MMP) 계열, 특히 MMP13 |
| 기존 검증 암종 | 폐암, 난소암, 대장암 |
| 게재 학술지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2026년 1월 6일) |
수석 저자인 산지타 바티아(Sangeeta Bhatia) MIT 건강과학기술 석좌교수는 “이 프로테아제들로 센서를 만들어 다중화하면, 어디서 프로테아제가 활성화되었는지의 시그니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티아 교수는 또한 “우리는 종양 부담이 작은 암 초기 단계나 수술 후 재발 초기처럼 초고감도 감지가 필요한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연구 방향을 밝혔다.
공동 수석 저자인 아바 아미니(Ava Amini)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특정 프로테아제가 특정 암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해당 프로테아제에 고감도·고특이성으로 최적화된 센서를 만들 수 있다면 훌륭한 진단 신호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100달러 가정용 암 검진 키트에 2,132억 원 투자
이 기술의 상용화를 이끄는 것은 미국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H)의 포세이돈(POSEIDON) 프로그램이다. 정식 명칭은 ‘종양학 조기 개입 및 검출을 위한 합성생물학 최적화 플랫폼(Platform Optimizing SynBio for Early Intervention and Detection in Oncology)’이다.
ARPA-H는 5년간 총 1억 4,700만 달러(약 2,132억 원)를 투입해 30종 이상의 고형암을 1기에 가정에서 검진할 수 있는 키트 개발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 판매가 상한선은 100달러(약 14만 5,000원)다. 소변 또는 호흡 샘플만으로 검사가 가능한 비침습적 방식을 지향한다.
포세이돈 프로그램에는 4개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오울스톤 메디컬(Owlstone Medical) 팀은 MIT, 보스턴대, 조지아텍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카네기멜론대학교와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 팀은 최대 2,670만 달러(약 387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참여 기업 2곳은 2,100만 달러(약 305억 원) 규모의 자원 공유도 약속했다.
한국 시사점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도 AI 기반 암 진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빛과 AI를 결합한 초고감도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대장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99% 정확도를 달성했다. 진단 소요 시간은 전처리 없이 단 20분이다.
글로벌 AI 암 진단 시장은 2030년까지 약 67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HLB파나진과 아론티어 등이 AI 기반 차세대 암 진단 모델을 공동 개발 중이다.
ARPA-H가 100달러짜리 가정용 암 검진 키트 상용화를 추진하는 만큼, 한국의 K-바이오 기업들도 소변·호흡 기반 비침습적 암 검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MIT의 클리브넷 기술과 한국재료연구원의 광학·AI 바이오센서 기술은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이 높다.
2026년 K-바이오 핵심 트렌드로 ‘AI 신약개발’과 ‘바이오 빅데이터’가 부상하면서, 단백질 언어모델 기반 진단 기술은 국내 대학·연구기관의 AI 바이오 인재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의 AI 진단 도입 확대 추세와 맞물려, 프로테아제 활성 기반 다중암 조기 검진은 한국 정밀의료 생태계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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