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메모리 칩 생산량의 70%를 소비하면서, DDR5 RAM 가격이 분기 대비 90~95% 폭등하고 있다. 스캘핑 봇이 6.5초마다 DDR5 제품 페이지를 공격해 재고를 쓸어가고, 19만 중소기업은 ‘시간 단위 가격 변동’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내몰렸다. 마이크론은 CPU당 2TB 장착 가능한 256GB SOCAMM2를 출하하며 데이터센터 메모리 전쟁에 불을 지폈다.
DDR5 봇 스캘핑: 1,000만 건 요청, 6.5초 간격
사이버보안 업체 데이터돔(DataDome)은 3월 3일 DDR5 RAM 스캘핑 봇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 봇 오퍼레이션이 DDR5 RAM 제품 페이지를 대상으로 1,000만 건 이상의 웹 스크래핑 요청을 발사했다. 평균 6.5초 간격으로 페이지당 550회 이상 자동 접속하며, 시간당 5만 건을 초과하는 트래픽을 유발했다.
이 봇은 DIMM 소켓, CAMM2 커넥터, 산업용 메모리 모듈 등 메모리 공급망 전반을 탐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품 키트 재판매뿐 아니라 업스트림 부품의 재고 제약까지 모니터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봇은 인간 활동을 모방하는 주·야간 패턴을 사용했으며, 캐시 버스팅 파라미터를 매 요청에 추가해 항상 최신 가격과 재고 정보를 수집했다.
스캘퍼들이 확보한 메모리를 아마존 등에서 재판매하는 가격은 충격적이다. 지스킬 에이지스 5(G.Skill Aegis 5) DDR5-6000은 1,236.75달러(약 179만 원), 패트리어트 바이퍼 익스트림 5(Patriot Viper Xtreme 5) RGB DDR5-7800은 1,133.25달러(약 164만 원)에 등록돼 있다. 정상가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AI가 삼킨 메모리: 90~95% 분기 폭등의 배경
메모리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의 폭발적 메모리 수요이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6년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메모리 칩 생산량의 약 70%를 소비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제조사의 제한된 클린룸 공간과 설비 투자를 고마진 기업용 제품으로 집중시킨 결과이다.
일반 DRAM 계약 가격은 2026년 1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90~95% 급등해 역대 최대 단분기 상승폭을 기록했다. 디지타임스(DigiTimes)는 2분기에 추가 70% 상승을 전망한다. 구체적으로 64GB 고급 DDR5 키트는 2025년 10월 200달러(약 29만 원) 수준에서 같은 해 12월 800달러(약 116만 원)로 4배 뛰었고, 32GB DDR4 키트도 60~90달러에서 150~180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32GB DDR5 키트 중 359달러(약 52만 원) 이하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 항목 | 2025년 10월 | 2026년 3월 | 변동 |
|---|---|---|---|
| 64GB DDR5 키트(고급) | ~200달러(약 29만 원) | ~800달러(약 116만 원) | +300% |
| 32GB DDR4 키트 | 60~90달러(약 8.7~13만 원) | 150~180달러(약 21.8~26.1만 원) | +100~150% |
| DRAM 계약가(분기) | 기준 | – | +90~95%(Q1 2026) |
| 데이터센터 메모리 소비 비중 | ~55% | ~70%(전망) | +15%p |
| HBM 시장 규모(마이크론 연환산) | – | 80억 달러(약 1조 1,600억 원) | – |
19만 중소기업의 생존 위기: ‘시간 단위 가격’ 시대
메모리 시장은 이제 ‘시간 단위 가격 변동’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돌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즉각 주문과 선결제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은 수 분 내에 더 높은 견적을 받게 된다고 경고한다.
시장은 사실상 약 100개 대형 바이어와 19만 개 이상 중소기업으로 양분됐다. 대형 고객은 선결제·현금 거래를 조건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반면,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남은 물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5년 하반기부터 치솟는 메모리 비용을 흡수하기 어려워졌고, 2026년 들어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손실 최소화를 위한 생존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팀그룹(Team Group) GM은 “RAM 가격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026년 하반기에 DRAM과 NAND 가격이 한 달 만에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HBM 시장 지형: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역전
메모리 대란의 한쪽에서는 AI 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패권 경쟁이 뜨겁다. 2025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6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론이 21%로 삼성전자(17%)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3분기에는 SK하이닉스 53%, 삼성 35%, 마이크론 11%로 재편됐다.
3대 제조사 모두 HBM 생산 능력이 2026년까지 완판된 상태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생산 능력을 약 50% 확대할 계획이고, SK하이닉스는 기존 발표 대비 4배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선언했다. 마이크론은 HBM 연환산 매출이 약 80억 달러(약 1조 1,6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UBS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NVIDIA) 차세대 루빈(Rubin) 플랫폼용 HBM4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이크론 256GB SOCAMM2: CPU당 2TB 시대 개막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3월 3일 업계 최대 용량인 256GB LPDRAM SOCAMM2 모듈의 고객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최초 모놀리식 32Gb LPDDR5X 설계를 적용했으며, 8채널 CPU 기준 최대 2TB의 LPDRAM을 장착할 수 있다.
성능 면에서 장문맥 LLM 추론 시 첫 토큰 생성 속도(Time to First Token)가 2.3배 빨라지고, 독립 CPU 환경에서 와트당 성능은 3배 향상된다. 전력 소비는 동등 RDIMM 대비 3분의 1 수준이며, 물리적 공간도 3분의 1만 차지한다. 6개월 전 출시된 192GB 모듈에서 33% 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일반적인 엔비디아 NVL72 랙에 36개 CPU 기준 72TB의 RAM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전망: 2027년까지 정상화 어려워, 한국 반도체의 기회
업계 전망은 비관적이다. DRAM 가격은 2026년 상반기 내내 상승을 지속하고, 하반기에도 고점 유지 또는 소폭 완화에 그칠 전망이다. 본격적인 정상화는 신규 생산 능력이 가동되는 2027~2028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양면의 기회가 존재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과 고용량 서버 DRAM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2025년 연간 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반면 한국 중소 전자기업과 서버 조립업체는 메모리 조달 비용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스캘핑 봇까지 가세한 공급망 교란은 정상적인 시장 가격 형성을 왜곡하고 있어, 업계 차원의 공급망 보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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