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4월 1일 SEC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IPO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목표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약 2,538조 원), 공모 규모 최대 750억 달러(약 109조 원)—역대 최대 IPO였던 사우디 아람코(290억 달러)의 2.5배를 넘기는 수치다. 6월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오픈AI, 앤트로픽에 앞서 ‘메가 IPO 시대’의 포문을 여는 첫 주자가 될 전망이다.
SEC 비공개 신청, 6월 상장까지의 로드맵
스페이스X(SpaceX)는 2026년 4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confidential) 방식으로 S-1 등록 신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비공개 신청은 IPO 전 SEC와 비밀리에 서류를 조율할 수 있는 제도로, 기업이 재무 정보를 시장에 공개하기 전 규제 기관과 먼저 쟁점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와 CNBC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4월 말~5월 초 공식 S-1을 공개한 뒤 15일간의 법정 대기 기간을 거쳐 5월 중·하순부터 10~14일간의 IPO 로드쇼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종 상장 목표 시점은 2026년 6월이며, 나스닥(Nasdaq)에 상장될 예정이다.
주관사(리드 언더라이터)로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선정됐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시티그룹(Citigroup),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공동 주관으로 참여한다.
| 일정 | 내용 |
|---|---|
| 4월 1일 | SEC 비공개 S-1 제출 |
| 4월 말 | 스타십 V3 12차 비행 테스트 (예정) |
| 4월 말~5월 초 | 공식 S-1 공개 |
| 5월 중·하순 | IPO 로드쇼 (10~14일) |
| 6월 | 나스닥 상장 목표 |
1조 7,500억 달러의 근거: 스타링크가 만든 캐시카우
스페이스X의 천문학적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은 스타링크(Starlink)다. 2025년 스페이스X의 전체 매출은 약 155억 달러(약 22조 4,750억 원)로,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이 중 스타링크가 약 106억 달러(약 15조 3,700억 원)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의 67%를 담당한다. 스타링크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58억 달러(약 8조 4,100억 원)로, 마진율 54%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이다.
가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스타링크 가입자는 92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5년 한 해에만 460만 명이 신규 가입했다. 155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주 산업 분석 기관 퀼티스페이스(Quilty Space)는 2026년 말까지 가입자가 1,680만 명, 매출이 20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기업 차원에서도 2025년 이익은 약 80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 2026년 예상 EBITDA는 140억 달러(약 20조 3,000억 원), 잉여현금흐름(FCF)은 81억 달러(약 11조 7,450억 원)로 추정된다. 다만 목표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출 대비 87배(PSR), 이익 대비 3자릿수 PER이라는 극단적 밸류에이션이 된다.
| 지표 | 2024년 | 2025년 | 2026년(전망) |
|---|---|---|---|
| 전체 매출 | 131억 달러 | 155억 달러 | 200억 달러 |
| 스타링크 매출 | — | 106억 달러 | 150~240억 달러 |
| 스타링크 가입자 | 440만 명 | 920만 명 | 1,680만 명 |
| EBITDA | — | ~80억 달러 | 140억 달러 |
| 글로벌 발사 시장 점유율 | 60%+ | 60%+ | 60%+ |
xAI 합병: “우주+AI” 수직 통합 플랫폼의 탄생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급등한 결정적 계기는 2026년 2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AI 기업 xAI와의 전격 합병이다.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된 이 합병에서 xAI의 가치는 약 2,500억 달러(약 362조 5,000억 원)로 평가됐으며, 합병 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 2,500억 달러(약 1,813조 원)로 뛰었다.
합병의 전략적 의미는 “우주·통신·AI 인프라의 수직 통합”이다. xAI의 그록(Grok) AI 모델이 스페이스X의 운영에 통합되고, 스타링크의 위성 인프라 위에 “궤도 AI 데이터센터(Orbital AI Data Centers)”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AI 데이터센터—지상의 전력 제약과 냉각 문제에서 자유로운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비전이다.
그러나 이 합병은 IPO의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xAI 합병에 따른 복잡한 회계 처리, 그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의 “그록 구독” 요구: IPO 주관사에 던진 파격 조건
이번 IPO를 둘러싼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는 머스크가 주관사 은행들에 내건 조건이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IPO 주관사 5개 은행에 xAI의 AI 챗봇 그록(Grok)의 기업 구독을 요구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수백만 달러 규모의 그록 구독에 동의하고 IT 시스템에 통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됐다.
머스크는 은행들에 소셜미디어 X에 광고를 집행할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요구에 대해서는 “덜 강경했다”고 전해진다. 주관사 수수료가 5억 달러(약 7,25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머스크의 요구를 수용할 충분한 재정적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장 주관사가 상장 기업의 관계사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이해 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소지가 있어 월가에서는 전례 없는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 30% 배정: 월가의 관행을 깨다
스페이스X IPO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리테일) 투자자에 대한 파격적 배정이다. 통상 미국 IPO에서 개인 투자자 배정 비율은 10% 안팎이지만,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 물량의 약 30%를 개인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25억 달러(약 32조 6,250억 원) 어치의 주식이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피델리티(Fidelity), 찰스슈왑(Charles Schwab), 로빈후드(Robinhood),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nteractive Brokers) 등을 통해 청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수요가 10~20배 초과 청약될 것으로 예상되어 개인 투자자의 실제 배정 물량은 제한적일 수 있다.
머스크의 경제적 지분은 약 54%, 의결권 지분은 약 42%로, 듀얼클래스(dual-class) 주식 구조를 통해 상장 후에도 강력한 경영권을 유지한다. IPO 목표가 기준으로 머스크의 스페이스X 지분 가치만 약 7,350억 달러(약 1,066조 원)에 달하며, 이를 포함하면 머스크의 총 자산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5대 리스크
모틀리풀(The Motley Fool)은 4월 6일자 분석에서 스페이스X IPO를 “회피해야 할 5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극단적 밸류에이션이다. 매출 155억 달러, 이익 80억 달러인 기업에 1조 7,500억 달러 가치를 매기면 PER은 3자릿수, PSR은 87배가 된다. 비교 대상인 메타(Meta)는 매출 2,000억 달러에 시가총액 1조 4,500억 달러다.
둘째, 머스크의 ‘과잉 약속’ 이력이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1년 내 완성”을 12년째 반복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로보택시 100만 대 운행이라는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셋째, 분산된 경영 역량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 xAI, X, 보링컴퍼니 등 다수 기업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테슬라의 매출 성장이 정체된 전례가 있다.
넷째, 자본 집약적 사업의 불확실성이다. 재사용 로켓, 스타십, 스타링크 위성,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며, AST스페이스모바일이 발사 지연 후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한 사례가 보여주듯 “1조 달러 밸류에이션에서는 실수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
다섯째, 시장 환경의 역풍이다. 2026년 초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수준에서 출발했다. 과거 이 수준을 넘었던 시기에는 닷컴 버블 49% 하락, 2022년 약세장 25% 하락이 뒤따랐다. 사우디 아람코와 메타도 상장 직후 수 분기간 부진했다.
| 리스크 | 세부 내용 |
|---|---|
| 밸류에이션 | PSR 87배, PER 3자릿수 (메타: PSR 7배) |
| 머스크 리스크 | FSD “1년 내” 12년 반복, 로보택시 미이행 |
| 경영 분산 | 테슬라·SpaceX·xAI·X·보링컴퍼니 동시 운영 |
| 자본 집약 | 스타십·스타링크·AI 데이터센터 동시 투자 필요 |
| 시장 환경 | 이란 전쟁, 유가 급등, 나스닥 변동성 확대 |
스타십 V3, IPO의 숨은 변수
스페이스X는 4월 말 차세대 초대형 로켓 스타십 V3(Starship V3)의 12차 비행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다. 스타십 V3는 기존 버전의 “완전 재설계(ground-up redesign)”로, 저궤도(LEO)에 100톤 이상의 화물을 투입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사체다.
이 테스트의 성공 여부는 IPO 로드쇼 직전에 공개되는 만큼, 기업가치 산정과 투자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공하면 “차세대 발사 아키텍처의 검증”으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고, 실패하면 자본 집약적 사업의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한편, 미 우주군(Space Force)은 2026년 4월 스페이스X에 미사일 추적 위성 발사를 위한 1억 7,850만 달러(약 2,588억 원) 계약을 추가 발주했다. 2027년 3분기부터 발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이는 스페이스X의 정부 계약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는 요소다.
메가 IPO 시대의 서막: 오픈AI·앤트로픽도 대기 중
스페이스X의 상장은 단독 이벤트가 아니다.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도 2026년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올해 IPO 시장은 “메가 IPO 트리오”의 해가 될 전망이다. 머스크가 이들 AI 기업보다 먼저 상장하려는 것도 시장의 유동성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란 전쟁과 유가 급등으로 나스닥이 최근 1년 내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사상 최대 IPO”가 “최악의 타이밍”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그럼에도 스페이스X의 독보적 시장 지배력(글로벌 상업 발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머스크는 일부 보도에서 제기된 2조 달러 기업가치에 대해 “BS(헛소리)”라고 일축하며 “읽는 것을 다 믿지 말라. 블룸버그는 헛소리를 쓴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스페이스X를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은 S&P 500 시가총액 6위 규모의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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